‘문수사(文殊寺)(고창) 단풍나무숲’에 꽃비가 내린다. ‘문수사’는 전라북도 고창군 고수면 문수산(文殊山)에 있는 사찰이다.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자장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10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우연히 마주한 단풍의 명소가 바로 문수사. 외부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단풍 마니아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일반적으로 고창하면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산’과 ‘선운사’를 떠올리고 그 추억을 기억한다. 서정주 문학관에서 바라보는 가을 풍경도 그 어디에 빠지지 않는다. 문학관 주변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논과 밭이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과 국화가 만발한 문학관은 장관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을 둘러싼 담쟁이넝쿨 더미 단풍도 간과할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문수산 문수사는 설악산, 속리산, 내장산 등 단풍 명소보다 면적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협소하다. 그런데도,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아기단풍은 그 어느 곳의 절경에도 빠지지 않는다. 단풍이 꽃가루 되어 내리던 날, 인파가 북적이는 장소보다는 한적하게 산길을 걸으며 힐링할 수 있는 장소를 검색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반성과 휴식을 통한 미래를 준비하는 여행지의 참맛 중 하나는 맛집일 것이다. 문수사 단풍 여행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일단 집을 나가면 ‘먹을거리’, ‘맛집’은 기본이다. 고창의 맛은 ‘풍천장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기름지고 고단백인 장어를 즐기지 않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서인지 채소와 약간의 고기에 빵을 곁들인 식사를 선호하게 되었다. 문수사에서 내 나무와 소소한 힐링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장소를 찾았다. 그때, 생각난 곳이 바로 ‘보리밥’이다. 문수사를 향하던 중 보았던 간판이 생각나서 아내에게 ”보리밥은 어때?“라고 묻자, ”좋지“로 화답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평상시에도 가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직장의 어떤 선배는 다른 사람 차량 번호를 기가 막히게 외우고 있는 때도 있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만이지 뭐 가게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하는 것이 기본 마인드다. 이름만 그럴싸하고 시설은 좋은데 맛이 없다면 무엇 하겠는가, 허름하고 약간 지저분해도 어머님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음식점이 정이 간다. 맛도 좋고 깨끗하고 시설도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말이다.

문수사 단풍 터널과 자그마한 사찰 내부를 관광하고 차를 몰아 5분 정도의 거리에 옛날 집을 개조하여 만든 보리밥 전문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대기시간이 없어서 좋았다. 보리밥은 어린 시절 주 양식이었다. 딱히, 다른 것은 먹고 싶지 않은데, 보리밥은 입맛을 당겼다. <2편에 계속>

박여범 / 용북중학교·시인·문학박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