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을 가보면, 거의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잡초나 과자봉지 등 쓰레기와 거미줄, 낙엽 등등, 심지어 지저분한 웅덩이까지 생겨있는 곳이 적지 않다. 학생들이 없는 휴일이나 오후 늦은 때에 보면, 좀 심히 얘기해 마치 나간 집이나 폐교 같은 인상마저 준다. ‘배움의 터’라고 부르기 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관리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는, 그래서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공통적으로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재정타령들이다. 특히 공립이 더하다.
과거, 그러니까 지금보다 경제형편이 훨씬 좋지 않았던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방학 때를 제외하곤 어딜 둘러봐도 갈끔했고 잘 정돈돼 있었다. 학생들 청소시간이 있고, 학급별로 담당구역이 있어 언제나 관리가 잘 됐던 것이다.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이것이 학생들 인권보호 차원에서 금지되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학교에서 직접관리를 해야 하는데, 사실 열악한 학교재정으로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학교 측 얘기대로 그냥 이대로 가는데, 언제까지라는 기약이 없다. 답답할 노릇이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본질은 그게 아니다. 주변환경이 안좋아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그렇지, 뭐 학교가 조금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해서 배우는데 크게 영향을 받겠느냐도 싶지만,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학생들에게 청소 등 주변정리를 시키지 않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를 진지하게 다시한번 묻자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거의 청소할 줄 모른다. 부모가 과보호로 시키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시간 있으면 오히려 공부하라고 그 쪽으로만 몬다. 학교에서도 말썽날까봐 시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껏해야 자기 책상정리나 주변정리 정도다. 그것도 깔끔한 성격의 학생들만.
그런데 사실 인생살이에서 청소처럼 중요한 게 없다. 청소는 자기관리의 기본이다. 청소를 통해 조그마하지만 성취감이 은연중 쌓여가고 알게 모르게 자기존재를 확인하면서 주체성을 확립, 하나의 성숙한 인간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다. 수행자의 첫걸음이 부단한 청소인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를 통해 주변도 깔끔해져 자기와 남에게 상쾌함을 주는 등 그야말로 일석다조인데 이를 우리사회는 어리석게도 스스로 폐기하고 말았으니, 그저 안타깝고 씁쓸할 따름이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