爲道日損(위도일손)이란 말이 있다. “도를 행하면 매일 덜어냄이 된다”는 뜻으로 노자도덕경 나오는 말로 깊은 가르침이 담겨있다.
노자가 말하는 도는 결국 虛(허), 즉 빔의 추구다. 그것은 무위(無爲)이고 자연이다. 자꾸 덜어내야 채울 수 있다는, 따지고 보면 없을 無(무)가 아닌 ‘적극적인 有(유)’다. 그리고 그 적극적인 유는 우리 삶의 올바른 방향이요, 선한 의지다.
그렇다면 뭔가 선한 계획이나 추구하는 바대로 채우거나 의도하는대로 어떤 충실한 것을 담기 위해서는 자꾸 비워내야 하는데, 바로 이에 대한 가르침이 바로 날로 덜어내라는 爲道日損이라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동양 최고의 지혜서인 역경에도 이 損을 말하고 있다. 마흔 한번 째 괘로서 산택손(山澤損)괘가 그것이다. 산 밑에 큰 못이 있는 형상의 괘로 자신이 손해를 보고 남에게 이익을 더해 주지만 위를 지향에 결국은 크게 길하다는 상행 겸덕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에게 주지만 항상 더 유익하게 된다는 가르침을 안고 있다는 말이다. 이 괘 象傳(상전)에 저 유명한 懲忿窒欲이란 말이 나온다. “성냄을 삼가고 욕심을 억제하라”는 가르침의 명언이다. 숱한 후학들이 지침으로 삼았던 이 징분질욕도 결국은 損에서 나온 걸 보면 결코 멀리할 대상이 아님이 분명하다.
더더욱 이 세상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경말씀 중에도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마5:3>라고 했는데, 여기서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이 ‘마음을 비운 것’을 의미한다고 볼 때 損의 가르침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그저 탐심이나 욕정같은 것들로 채우고 또 채우고 또 채워 조금의 여지도 없게 만들어놓은 채, 더 채우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으니 보통 딱한 게 아니다. 아무리 이익추구사회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일 때가 많다. 위도일손의 삶이 너무 아쉬운 계절이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