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장수>라는 글제를 마음에 두고서 문장을 이어가다보니 만나게 된 사람이 있다. 프랑스 여인 장 칼맹이다.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1875년 2월 21일에 태어나 1997년 8월 4일에 사망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만으로 122년을 살고도 보너스처럼 150일 보름 정도를 더 살았다.
장 칼맹이 장수했다는 것은 그녀의 추억담을 통해서도 실증이 된다. 그녀는 아가씨였을 때 화방의 점원으로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사람들 중의 하나가 빈센트 반 고흐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고흐는 늘 술에 젖어 있으면서 걸핏하면 화를 내는 괴팍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그녀의 추억담이 아니라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고흐의 전기를 쓴 작가마다 그렇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흐의 전기를 못 읽은 사람이라도 고갱과의 말다툼 끝에 그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는 다들 잘 알고 있다.
장 칼맹이 오랜 생을 살면서 깨닫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1875년에 태어난 이들 중에는 세계적인 인물들이 많다. 그 이름들을 꼽으면서 업적을 짧게라도 기술하자면 이 지면이 모자란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이름만을 열거할 수밖에 없는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발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유명한데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이름들은 더욱 그렇다. 알버트 쉬바이처, 토마스 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 모리스 라벨, 프리츠 크라이슬러...... 그리고 한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장 칼맹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묘한 사람이다. 오늘날까지 최고 장수자로 공인되고 있지만 장수의 모범을 보여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녀는 매주 2파운드의 초콜릿을 먹었다고 한다. 그에 더하여 117세가 될 때까지 담배도 피웠다고 한다. 초콜릿이 좋은 먹을거리라지만 그처럼 먹고도 비만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지목되는 오늘날 보통사람들의 상식이 유리창처럼 와장창 깨지는 것 같다.
세계적인 장수지역을 꼽으라면 사람들은 훈자 지역과 코카서스 지역을 꼽는다. 장 칼맹은 분명히 훈자지역 출신도 아니고 코카서스 사람도 아니다. 프랑스가 국민의 평균 수명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비교적 높은 게 사실이지만 몸을 함부로 한 그녀가 그토록 장수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그녀는 인생을 아주 낙천적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녀에게 좌우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 소개하면 이렇다. “어떤 일에 대해 어찌해볼 수가 없거든 더 이상 그 일에 대해서 고민하지 말라.”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