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술을 빚는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어머니의 술 빚는 솜씨는 이미 정평이 나있었다. 그 집의 장맛은 내림이라 했던가? 상할머니와 할머니의 장맛은 어머니까지 고이 이여져 동네 애경사가 있을 때 제일 먼저 쓰였다.

 어머니 자랑거리가 많지만 그 솜씨 중에 백미는 바느질 이다. 밥상포는 자투리천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도형 모양에 조각을 이어 한땀한땀 수를 놓 듯 섬세함이 묻어나 지금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밥상포는 으레 그렇게 생겼거니 했는데 그게 서민들만의 애환이 서린 조각보라는 이름으로 나름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나는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어머니는 머리 벗겨지는 날엔 삼베옷이 안성맞춤이다고 하셨다. 세탁방법도 독특하다. 예벌 빨래한 다음 다시 쌀겨와 뜸물에 이틀정도 담가 놓아야 한다. 쌀겨에서 우러나오는 노랑물이 삼베옷에 물들게 하기 위함이다. 은근한 노랑물이 얼마나 곱던지 어릴 때 보았지만 지금도 눈에 선하다 풀을 빳빳하게 해서 잘 말린 다음 반질반질하게 다려 입으면 살에 달라붙지도 않고 더위도 식혀주고 때도 덜한다.

 소가죽을 뚫는 모기침이라도 삼베옷은 뚫지 못하니 무더위에 이만한 옷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쯤되면 조상의 지혜에 탄복할 따름이다. 어머니의 적삼 만드는 재단 솜씨는 미수가 가까워져도 여전하시다. 어긋제는 내게 당신 적삼 칫수를 불러 주셨다.

 목둘레는 한뻠, 등 길이는 한자반, 소매는 두치, 이렇게 눈대중으로 해서 옷이 되려나 싶었는데, 어쩜 알맞게도 어머니 품에 딱  맞는 옷이 만들어졌다.

 바느질 할 때마다 어머니는 말씀 하신다. “바늘은 가까이 대고 가위는 멀리 대라” 내가 어찌 어머니 솜씨를 전수받고 싶다고 받을수 있을까나 갑자기 따르릉 하는 소리에 “아가 내가 몸빼 꼬매얀디 너 시간 있냐” 어머니 목소리가 들어오는 행복한 고향길로 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