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교사들이 많다. 인생이 짧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교사 중에는 정면교사만 있는 게 아니다. 반면교사도 있다. 어렸을 때는 정면교사가 많아 보인다. 경험이 부족하고 역량도 부족한 까닭에 어른들이 우러러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지면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때쯤이면 마음 바탕의 순수함이 상당히 바래있기 마련인데 세상 돌아가는 속도 나름대로 파악하게 된다. 의롭고 정직한 정면교사보다는 반면교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정면교사에게서 배우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반면교사에게서 배우는 것도 잘하는 일이다. 물론 반면교사에게 배우는 것은 그가 훌륭해서가 아니다. 그런 이에게는 그 무언가를 직접 배울 건덕지가 없다. 그래서 반면교사에게 배우는 것은 쉽다. 정면교사에게 배울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비해서 반면교사에게 배울 때는 그런 게 없다. 그저 구경만하면 된다. 그리고 그의 길을 따르지 않으면 된다. 그럼에도 지혜를 얻는 면에서는 그 효과가 정면교사에게 배우는 것보다 크다. 이게 보통 사람에게는 인생의 묘미고 감칠맛이다.
얼마 전에 스트로스 칸이 보여준 성추문은 남자들에게 반면교사의 사례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성추문으로 해서 IMF 총재직에서 물러나야했다. 그리고 받아 놓은 밥상이나 다름없던 차기 프랑스 대통령직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예전에 성추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것을 보고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면 그에게 그런 치욕은 없었을 터이다. 결과적으로 스트로스 칸은 교만했다. 반면교사를 반면교사로 보는 눈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의 민주당 하원의원 앤서니 위너가 트위터에 외설스런 사진을 올린 것이 들통이 나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니까 오른 손으로 오른 쪽 눈을 비비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왜 그랬을까. 자기보다 큰 저명인사들의 잘못에서 배우지 않은 까닭이다.
어린이가 어른보다 우월한 점이 있다. 어린이들은 배우려하는데 어른들은 배우려하지 않는다. 국내의 현실이 갈수록 답답해지고 있다. 잘 나가는 인사들이 성추문 말고도 다른 비리들을 끊임없이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의 뒤를 좇아가다보면 신세를 망치기 마련이건만 부나방 같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는 너무도 많다.

/이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