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전북경찰청 국정감사(국감)에서 '여수·순천 사건(여순사건)'에 대한 그릇된 홍보물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박정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경찰청 1층 홍보관 홍보물을 보니 여순사건에 대해 표기해놓았는데, 항의를 받자 '반란'을 '사건'으로 바꿔 표기했다"며 "그런데 그 위 문구는 여전히 좌익세력 반란에 대한 진압이라고 적혔다. 여순사건이 반란과 소요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여순사건을 좌익세력의 소요와 반란이라고 규정되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여순사건은 국가폭력이다. 빨리 시정하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말했다.

정춘생(조국혁신당) 의원은 "여순 사건에 대한 경찰 인식은 사과로 끝날 것이 아니다. 이같은 인식 자체가 역사왜곡"이라며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지 4개월이 지났지만 '반란' 표기를 '사건'으로만 바꾸고 내용 하나 손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 외에도 홍보물에는 타 지역의 반란·소요에 대한 원정 진압 성과를 거뒀다고 적혀 있다"며 "민간인 학살을 홍보할 일이냐. 반성할 일이다. 역사왜곡 자료를 어떻게 버젓이 홍보관에 올릴 수가 있나"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순사건은 학살에 희생된 생존자분들과 유족분들이 그 피해 회복이 안 돼 진상규명이 진행 중인 사건인데, (경찰이)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며 "홍보물이 걸린 자리에 경찰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내용을 그대로 적어서 바꿔라"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여러 의원의 지적 속에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제대로 내용을 검토 받아 조속한 시일 내에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조선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장병들의 반란과 이에 대한 진압 과정에서 전남 여수·순천 일대의 거주 중이던 무고한 민간인들이 학살로 희생된 사건이다.

전북경찰청은 1층 홍보관 홍보물에서 '정부수립 초기의 전북경찰' 부분에서 '여순반란 공비를 수색하는 경찰'이라는 표기 등 여순사건을 좌익세력의 반란과 소요에 대한 진압 성과로 표기했다.

논란이 되자 경찰은 '여순반란'의 표기를 '사건'으로 교체하고, 일부 문장을 수정한 바 있다. 이날 국감 당시 해당 홍보물은 '개선중'이라는 글씨가 적힌 파란 천으로 이를 감춰놓았다.

또한, 피의자 사망으로 불거진 강압수사 논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박수민(국민의힘) 의원은 "익산에서 간판정비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공직자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진행된 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였던 업체 대표는 수사를 받고 목숨을 끊었다"며 "이제 곧 모든 수사에서 경찰이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과정이 추진 중이다. 앞으로 경찰에서 이런 사례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경종(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 형사사법절차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은 피의자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아니겠느냐"며 "(피의자 사망 등) 문제는 개별 수사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사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모 의원은 "단순히 이에 대한 교육을 할 게 아니고 수사 역량을 고도화시키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그게 청장님의 역할이다. 책상에 앉혀서 '인권이 중요하다' 백날 해봤자 (일선 수사관들이) 답답한 것은 매한가지"라고 강조했다.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의원들의 잇따른 지적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고, 의원님들이 해주신 지적에 적극 공감한다"고 답했다.

전북경찰청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잇따라 숨지며 강압수사 논란이 거세졌다.

지난 8월7일 익산 간판정비 사업 특혜 의혹 수사 과정에서 업체 관계자가 숨졌는데, 이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강압적 질문을 받은 뒤 부담감을 지인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전 재개발조합 비리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등 일주일 동안 수사를 받던 3명의 피의자가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