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2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방송 3법'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석 180명 중 179명이 찬성해 EBS 법 개정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5일 KBS 방송법, 21일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에 이어 방송 3법 입법이 완료됐다.

이번 방송 3법 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3사의 이사회 구성이 크게 달라진다.

KBS 이사회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나며, ▲국회 교섭단체 6명 ▲시청자위원회 2명 ▲KBS 임직원 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2명 ▲변호사 단체 2명을 추천받아 구성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13명으로 확대되며, 국회와 시청자위원회, 학회, 방송 직능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EBS는 이사 수가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며, 국회 교섭단체,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교육 관련 단체, 교육부 장관, 시도교육감협의체 등 다양한 주체가 추천하게 된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사장 후보 국민 추천위원회' 설치 의무화다. 성별·연령·지역을 고려한 10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가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하게 된다.

또한 공영방송과 연합뉴스TV·YTN 등 보도전문채널의 보도 책임자는 해당 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임명할 수 있도록 해 방송 현장의 목소리를 강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으로 "정치적 후견주의에 따른 공영방송 장악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개편과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를 추진해 공영방송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강력 반발하며 표결에도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추천 주체 확대가 오히려 방송 운영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실질적 운영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추천받은 이사들을 최종 선임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과반 출석과 찬성이 필요한 의결 구조상 하위 규정 정비가 원활히 이뤄질지 의문시된다.

방문진법과 EBS 법은 법 시행 후 3개월 안에 각 방송사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이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정치적 갈등이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추진한 방송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이번에 모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됐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