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오는 9월부터 도 금고 재지정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현재 전북농협(1금고)과 전북은행(2금고)이 맡고 있는 금고 계약이 12월 31일 만료됨에 따른 조치다.

금고 재지정은 향후 4년간 수조원 규모의 도 예산과 각종 기금을 관리할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핵심 과정이다.

현재 1금고인 전북농협은 일반회계를 맡아 입출금 업무가 빈번하고 업무량이 많지만, 취급 예산 규모에 비해 잔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2금고인 전북은행은 특별회계를 담당해 일상 업무는 적지만, 관리 예산 규모가 1금고보다 훨씬 크다. 최근 신규 기금과 예산 항목이 2금고 중심으로 배정되면서 이러한 불균형은 더 심화됐다.

도의회와 언론에서는 이러한 ‘역설적 구조’를 비판하며, 실질적인 업무 부담과 금융 혜택이 비례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일부 도민들은 “금고가 도의 것인지 은행의 것인지 헷갈린다”며 낮은 금리로 공적 자금을 운용하면서 서민에게는 높은 금리로 대출하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재지정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한다. 올해 5월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에 따라 지역사회 환원, 향토은행 역할, 지역경제 기여도 등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중점 평가한다.

세부적으로 도내 중소기업 및 서민 지원 계획 항목을 새로 배점하고, 기존 평가 항목 중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지방세입금 수납처리 능력, 납부 편의 증진 방안의 점수를 하향 조정했다.

정기예금 금리 평가 항목도 ‘만기 이후 적용금리’에서 ‘중도해지 및 만기 이후 적용금리’로 변경됐다.

또한 협력사업비(지역 환원금) 규모를 높여 도내 복지, 교육, 문화, 청년 정책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고 재지정 심사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0월 말~11월 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심사 위원 구성과 관련해서 위원장은 행정부지사로 하고, 위원은 대학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도의원 등의 관련분야 민간전문가(과반수 이상) 및 관계공무원 등으로 구성하되, 성별을 고려하여 도지사가 위촉 또는 임명하여 구성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고 재지정은 단순한 금융기관 선정이 아니다. 도민의 세금과 지역 자금이 어떻게 활용되고,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성공적인 재지정을 위해서는 △심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 △1·2금고 간 기금 배분 형평성 제고 △실질적인 지역 환원 효과 창출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전북자치도의 도 금고 재지정 관련 관계자는 “도의회에서 지난 5월 조례를 개정하여 도민의 입장에서 평가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며 “이번 재지정을 통해 도민이 직접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금고 운영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금고 재지정에서 그동안 지적된 구조적 불균형과 지역 환원 부족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도민 실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