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동거녀 폭행·살해·암매장 사건'의 주범 2명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는 25일 상해치사·사체유기·오욕(汚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모(24)씨와 B모(2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8년과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6년과 11년을 선고했다.
또 A씨에 대해선 1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5월 12일 오전 9시경 군산시 소룡동 한 원룸에서 지적장애 3급인 C모(당시 23·여)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또 C씨를 성폭행하기도 했다. A씨 등은 C씨가 숨지자 지인들과 함께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피고인들과 피해자는 지난 3월부터 원룸에 함께 살았다.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 C씨는 청소와 걸거지 등 집안 살림을 맡았지만 A씨 등은 집안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C씨를 수시로 폭행했다.
사건 당시도 C씨는 집안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고, 끝내 숨졌다. A씨 등은 자신들의 폭행으로 인해 C씨가 숨지자 시신을 집에서 20㎞가량 떨어진 군산의 한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은 시신을 유기한 뒤에도 C씨가 매장된 야산에 수차례 방문해 토사 유실여부를 확인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6월 말 폭우로 매장지 토사가 일부 유실되자 시신을 인근 야산에 다시 매장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신의 부패를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 화학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이 명확히 입증이 안 됐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판단,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부검 결과 폭행으로 인해 살해됐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없는 점, 당시 C씨가 단순히 기절했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이 폭행 당시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시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체 매장과 오욕 등 피고인들의 범행은 그 죄질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A씨의 경우 수사초기부터 범행 자백과 반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B씨는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 B씨와 함께 시신 유기를 도운 3명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서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은 뒤 항소하지 않았다. /강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