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 五常이 사라진 사회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오전(五典)’이란 말이 나온다.
“(요임금이)순에게 삼가 오전을 잘 이행하라고 하시니, 백성들이 오전을 잘 따르게 되었다”라는 뜻의 ‘신휘오전 오전극종(愼徽五典五典克從)’이란 대목에서다.
여기서 오전은 오륜(五倫)과 오상(五常)을 가르킨다. 오륜이야 너무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바로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말한다.
오상은 부의(父義), 모자(母慈), 형우(兄友), 제공(弟恭), 자효(子孝)를 지칭한다. 바로 이 오상에 대해 오늘 말하고 싶다. “아버지는 의로워야 하고, 어머니는자애로워야 하고, 형은 우애해야 하고, 아우는공경해야 하며, 자식을 효도해야 한다.”는 이 오상의 가르침은 너무나 지당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오상이 있어야 비로소 가정과 삶의 질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오상을 인륜의 기초라 규정했고, 도(道)이자 천명(天命)이라고까지 불렀다. 동양 모든 사상의 뿌리가 담겨있는 영원한 고전 서경(書經)에서나 만날 수 있는 간결명료한 인생의 최대 가르침이다. 그런데 물신사상에 찌든 현대인들은 우선 당장 목정의 이득에 가려 이를 경시하거나 아예 무시해 버리고 산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아버지는 의롭지 못하고, 어머니는 더 이상 자애롭지 못하고, 형과 동생은 우애나 공경을 잃었고, 자식은 효도할 줄 모르는 입장들이 됐다. 모든 게 하나같이 거꾸로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자식이 상전이 돼 부모자식 간 위치가 바뀌었고, 형제는 재산싸움 등으로 각자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 미워하고, 부와 모는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는 각오로 불신 속에 서로 딴 마음 갖고 사는 어처구니 없는, 그야말로 부모를 폭행하는 등 패륜이 일상화된 세상이 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것이 옳고그른지조차 모르는 판단력 상실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금은 가정의 달인 5월이다. 부의, 모자, 형우, 제공, 자효의 오상이 바로서는 '인간세상'을 만들어보자.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