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봉] 단순하게 살아야

번잡한 일이 없고 아무 사고없이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채근담’은 제시하고 있다. 적어도 이 기준대로라면 현대인들은 거의 모두 불행한 편에 속한다.
현대인들의 일상은 번잡,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게 속도병에 걸린 것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엊그제가 옛날처럼 느껴질 정도로 급변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모두가 덩달아 바빠지면서 허덕거린다. 심지어 에스켈레이트에서조차 몇 계단식 뛰어올라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매사가 번잡하다. 일상의 도구자체는 하이테크 쪽으로 발달하면서 기능도 많고 복잡하기 짝이 없다. 사회시스템 자체도 마찬가지다. 적을수록 좋은 법이나 규제도 무려 3만2000개나 된다는 보고가 있다. 아마 몇 년 동안만 세상과 등지고 있다가(그렇게 머물 장소도 이미 없어졌지만) 실생활로 돌아오면 원시미개인 입장이 될 수 밖에 없을만큼 우리 모두 급변상황에 처해있다. 한 마디로 정신없이 팽팽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고 역시 그침이 없다. 사고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살인, 강·절도, 교통, 화재, 붕괴사고 등등 생명과 직결되는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나친 경쟁사회와 이익추구에 따른 첨예한 이해대립사회가 되다보니 모함, 투서 등이 그칠 날이 없으며 사기 등 경제관련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모두가 곡예하듯 살 수 밖에 없다. 자칫 방심했다간 자신도 모르게 모함을 받거나 어떤 사건에 연루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아침에 파멸까지도 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개선될 소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가고 있을 뿐이다. 그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세계화다.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풀면서 오로지 효율만 강조하고 ‘값’만 존재하는 이 시장(市場)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세상 분위기상 우리는 그렇게 갈 수밖에 없게끔 돼 있다. 그렇다고 거기에 함몰돼 살 수만은 없는 일. 설령 손해를 본다고 해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평온’을 찾으며 좀더 단순하게 살아가는 게 오늘을 사는 참 지혜일 터다.

/서재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