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를 사전에 우리나라에 협의하지 않고 해상에 방출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가 이에 따른 일관된 대책을 조속히 내놓지 못해 정책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는 오염수 유출의 위험에 대한 관계 부처의 과학적 분석 작업이 진행 중이며, 분석 결과가 나와야 일본 정부에 대한 문제 제기과 국제법 위반 여부 검토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6일 "앞으로 관련 부처에서 필요한 정보를 요청할 경우 외교부는 교섭창구로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교육과학기술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오염수 방출 이후 정부가 실시한 과학적 분석 작업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평소 실시하던 전국 20개 지점 해수 분석 작업의 빈도를 늘린게 전부였다.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일본 정부와 협조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TF 차원에서 명확히 내놓은 대책이 없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본 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는 없으며, 앞으로도 외교부를 통해 일본에 요청할 정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자국 법률에 맞춰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는 만큼 우리 해수에 미치는 영향만 철저하게 조사하면 된다는 것이 교과부 입장이다.
하지만 오염수가 우리 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도쿄전력이 방출하고 있는 저농도 오염수와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 누출되고 있는 고농도 오염수에 대한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해수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면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일본 정부에 정보 제공과 공동조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전력은 4일부터 저농도 오염수 1만1500여t을 해상에 방출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원전 2호기 터빈실에 고여있는 고농도 오염수도 취수구를 통해 바다로 누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HK에 따르면 4일 원전 2호기 취수구 앞에서 채취한 물을 조사한 결과 법정 기준치의 500만배나 되는 요오드131과 기준치의 110만배나 되는 세슘137이 검출됐다.
일본 정부는 저농도 오염수 방출이 6만t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의 보관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출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문제가 될 경우 일본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방침은 관련 부처들이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못해 허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