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스승, 아버지는 한 몸과 같다. 스승은 임금과 같고 부모와도 같으니 그 만큼 존경하라는 말일 게다. 비슷한 뜻으로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아니한다.”라는 속담도 쓴다. 그 만큼 스승은 공경하고 존경하는 대상이다.
 제자가 스승의 발자국을 따른다는 의미의 역보역추(亦步亦趨)란 말도 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顔淵)이 어느 날 공자에게 “스승님께서 걸으시면 저도 걷고, 스승님께서 빨리 걸으시면 저도 빨리 걷고, 스승님께서 뛰시면 저도 뜁니다.”라며 존경의 생각을 표했다고 한다.
 이처럼 선현들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남달랐다. 하지만 공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들의 교사에 대해 존경심도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전자의 경구(警句)의 의미도 희석됐다.
 오늘은 제37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 최초 발단은 1963년 충남 강경고에 재학 중이던 윤석란 JRC(RCY의 옛 명칭·청소년 적십자단) 회장이 병석에 누워 계신 선생님을 방문하자고 JRC 회원들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에 강경고 JRC 학생들은 별도의 날을 정해 퇴직한 선생님을 찾아뵙는 행사를 마련했고, 1965년 4월23일 열린 JRC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늘날 스승을 존중하는 풍토가 점차 사라지면서 부정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은 유난히 더 쓸쓸한 분위기다. 권익위에 따르면 캔커피는 물론 카네이션조차도 뇌물로 간주돼 함부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사제지간의 소소한 정마저 끊는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스승의 날 허용되는 선물의 범위는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선물하는 카네이션’ 혹은 ‘졸업생이 찾아가 전달하는 꽃 선물’이다. 개인이 주는 건 위법이고 학생대표가 전달하는 건 합법이라는 것이다. 참 모호한 규정이다.
 스승,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 모두는 스승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생님과의 잊지 못할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스승의 날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다. 스승의 날이 언제부터인지 스승과 제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서로 반갑지 않은 날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교권이 무너지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존경받아야 할 스승이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폭행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사들의 존경심이 추락하게 된 데는, 치열한 입시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오직 ‘나만 잘 먹고 잘 살고 출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풍토가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회와 문화의 변화에 대한 교육정책의 대응 부실도 크다. 다시 말하면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교육주체 사이에서 상호 신뢰 구조가 무너진 탓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가정교육에 있다. 오직 내 자식만이 최고가 되어야 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학생으로 착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높은 의식의 윤리적인 교과목 개편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처럼 스승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사회에서 교권 회복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제자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꽃을 피워야 한다.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 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말하는 것이다. “푸른색은 쪽에서 얻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라는 가르침을 이루어야 한다.

고재흠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