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31일 군대 내에서 동성애 행위를 한 군인을 형사처벌토록 한 군형법 제92조에 대해 재판관 5(합헌)대 3(위헌)대 1(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소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형법 적용 대상이라면 어떠한 행위가 (법 조항 중 '기타 추행'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그 근거로  "(조항 내) '계간(鷄姦·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은 '추행'이 무엇인지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되며, 대법원 판결 등에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 기준이 제시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군의 특수성에 비춰, 동성 간의 성적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볼 경우에도 그러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보인다"며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종대,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계간 및 기타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 명확성이 결여됐다"며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조대현 재판관은 "해당 조항을 (군형법 조항이므로) '군인이 군영 외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적용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 부분이 명확성 및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고,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도 않으므로 '합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계간과 기타 추행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 형법 92조에 대해 육군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 등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게 발단이 됐다.

 군사법원과 청구인 측은 "이성간의 성행위는 단순 징계 대상인 데 반해 동성간의 성적 행위는 무조건 형사처벌하는 것은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국방부는 "엄격한 계급 구조와 집단생활이라는 특성상 군대에서는 추행 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건전한 공동생활과 군기 확립을 위해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07년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은 사례는 모두 176건으로, 이중 합의로 이뤄진 동성애 4건 중 3건은 공판을 거쳐 형사처벌됐고 1건은 기소유예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