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2월 17일 구속영장 발부 이후 353일만에 항소심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아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한 함께 기소된 최지성(67)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64) 전 미래전략실 차장, 방상진(65) 전 삼성전자 사장은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황성수(56) 전 전무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구속상태에 있었던 이 부회장 뿐만아니라 최 전실장과 장 전사장도 조만간 석방될 예정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이 사건 각 범행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으며 실제 가담 정도나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상당이 크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의 후계자이자 삼성전자 부회장, 등기이사로서 이 사건 범행을 결정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크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긴 어려웠던 점, 수동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핵심사항인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담보로한 공여가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1심이 인정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인정된 것이 컸다.

또한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마필 소유권을 최씨 측에 넘긴 것으로 인정되지 않아 마필 구매 대금 등을 제외한 코어스포츠에 건넨 용역대금 36억원과 최씨 측에 마필과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한 사용 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판결 후 특검팀에서 상고할 의지를 내비쳐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