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천사들’에서 유래된 천사의 도시 Los Angeles 못지않은 ‘천사가’ 전주에 있다. 다름 아닌 ‘천사의 마을’ 노송동이다.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은 8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 70%가까이에 달하고 거주하는 연령층의 25%이상이 65세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구도심이다.

이런 마을에 지난 2000년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 온 이후 마을은 점차 천사를 닮기 시작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연말이 되면 노송동 주민센터에 고액을 기부하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후원자이다. 

 

2000년부터 17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온 천사의 기부액은 5억 원에 육박하고 후원을 받은 세대만도 4,000여 가구에 이른다.  

천사의 따뜻한 온정은 훈훈하게 마을 사람들을 데우기 충분했고, 이윽고 마을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2011 국토부 도시재생 테스트 베드사업에 참여했고, 이에 노송동 주민들은 마을 주민이 하나가 되어 벽화그리기, 화단조성, 텃밭가꾸기 등 환경개선사업 등을 시작으로 천사마을을 테마로 한 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해 오던 주민들은 자치와 경제적 자립적이 바탕이 된 마을 자립을 고민하기 시작, 2015년 전주형 공동체 사업인 온누리 공동체 ‘천사길 사람들’을 구성했다. 

‘천사길 사람들’은 이후 노송동 천사의 거리를 알리고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자리와 수익 창출 사업을 바탕으로 마을 환경개선과 소외계층 후원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주민참여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노후건물과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사계절 꽃들로 넘쳐나는 ‘사계절 천사화단’을 만들어 마을의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 마을 공동체 공방을 만들어 주민들 간의 소통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천연염색 제품 판매를 위한 주민자립형 협동조합을 창립해 발생한 수익금으로 ‘천사표 이야기 밥상’ 등을 기부해 마을 이름에 걸 맞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천사길 사람들은 이러한 공동체 활성화를 인정받아 2017년 공동체 한마당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마을 주민들은 집 담장부터 페인트를 칠하고 이웃집과 함께 마음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마을 공방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여 마을을 함께 끌어가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불어온 얼굴 천사의 날개 짓은 마을의 환경과 주민의  변화를 가져와 경제적 자립까지 이어지는 토네이도가 되어 천사의 뜻에 보답했고, 노송동 마을 재생은 도시재생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