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총량 규제에 돌입한 가운데 꾸준히 감소하던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액이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부실률이 높은 저신용자대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의 대출심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가계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의 대부업 등 제3금융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연체금액은 2조6426억원으로 전분기 말(2조5314억원)에 비해 1112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던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액이 5년 3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올 1분기 저축은행의 총여신은 45조6000억원으로 전분기(43조4000억원) 대비 2조2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정부가 은행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린 영향이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지속되는 불황과 금리 상승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저소득.저신용자나 자영업자 등에 몰려 있는 만큼 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올해 저축은행대출 증가율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라며 사실상 총량제를 적용하고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부터는 연 대출금리가 20% 이상인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늘어났다. 

  이는 금융당국이 고금리대출에 대한 일종의 '페널티'를 부여함으로써 중.저금리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해 자산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높은 부실률로 인해 고금리가 책정되는 신용등급 8등급 이상의 저신용 대출고객을 흡수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대출심사를 더 깐깐하게 해 대손율을 낮춰야 한다"며 "신용등급 8~9등급 대출고객을 취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