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총영사관들과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씨의 '불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아예 한국을 뜨거나 해명에 급급해 탈북 루트까지 공개하는 등 부적절하게 처신해 눈총을 사고 있다.

덩씨와 불륜관계를 인정한 법무부 출신의 H전 영사는 지난 1월 국내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사표를 내고 덩씨를 만나러 출국해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H전 영사는 지난해 5월 상하이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덩씨와 접촉사고가 나 처음 인연을 맺게 됐으며,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한 뒤 덩씨에게 부정 비자를 만들어 주는 등 편익을 제공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의 출국을 사실상 '방조'하고도 현재까지 H전 영사가 상하이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다. 또 정확한 소재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소속 K전 영사와 외교통상부 소속 P전 영사는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K전 영사는 언론을 통해 덩씨가 자신의 가족 신변안전 문제까지 언급하며 위협했고, 협박에 못이겨 덩씨가 불러주는 대로 서약서를 작성했다며 언론에 덩씨의 협박사실을 입증할 쪽지를 공개했다.

덩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이 쪽지에는 "아들 조심…너 죽…2명 다… 學(학)…한국. 니 부부 정말 재수없다. 조심하라…18세기. 2010년 10월1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중신은행 비자문제로 덩씨와 다툼이 있은 뒤 협박을 받아 왔고 '나는 다시는 덩씨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고 내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약서를 쓴 날에는 덩씨가 청년들을 데려와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전 영사가 공개한 쪽지는 한국말에 유창한 덩씨가 쓰기에는 너무 서툰 단어와 한자 간체가 뒤섞여 있어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P전 영사는 외교부 자체 조사에서도 덩씨와의 관계와 기밀유출 의혹 모두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기밀유출 의혹에 휘말린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관도 덩씨와의 관계와 정관계 인사들의 전화번호 유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는 공식석상에서 덩씨를 몇번 만났을 뿐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다. 그러나 덩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찍은 사진 등은 상당한 친분을 짐작케 한다.

김 전 총영사관은 또 해명과정에서 덩씨가 2008년 11월 상하이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던 탈북자 10명과 국군포로 1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을 도와줬다고 언급하는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언론에 흘려 비판을 받았다.

탈북자들의 탈북 루트가 공개되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송환 과정은 기밀 사안이다.

이밖에 김 전 총영사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정보기관 출신 J부총영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