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나라당이 2011년도 예산안 등을 강행처리한 데 대해 야당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공개변론에서 양측의 날카로운 공방이 벌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당의원 87명은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2011년도 예산안과 아랍에미리트 파병동의안 등을 일방 처리하자 이에 반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10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야당 측 법률대리인은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을 직권상정하는 등 국회법에 규정된 법률안의 상정기간과 협의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도 없이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건을 처리하면서 질의와 토론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헌법 및 국회법 상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법하게 처리된 안건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희태 국회의장 측 법률대리인은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심사 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하루도 안된 법률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때는 교섭단체와 협의토록 돼 있지만, 동의안 또는 예산안까지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협의에 대한 방식과 내용은 결국 국회의장이 결정하는 것이며, 제안자의 취지설명은 구두가 아닌 서면이나 컴퓨터 단말기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며 "안건 표결선포 시점까지 질의나 토론 신청이 없으면 제안설명 후 바로 표결에 부치는 것이 국회 관행이었다"고 맞섰다.

이날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2009년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정책금융공사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제안했으나 국회의장이 토론없이 법안을 가결·선포,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의 공개변론도 진행됐다.

이 대표 측은 "공정거래법을 포함해 3개 법률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신청했고 표결 당시 일부 의원들이 직접 항의하며 반대토론 신청 사실을 고지했다"며 "이로써 국회의장이 토론 신청을 충분히 알면서도 표결을 강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회의장 측은 "한 장의 발언신청서에 3개 안건 반대토론을 한꺼번에 기재해서 제1개정안인 공정거래법만 토론을 신청한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