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9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 상하이 주재 영사들이 중국 여성 덩신밍(33)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기밀문서를 유출시킨 사건과 관련, 정부를 질타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재외공관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사권이 없는 국무총리실과 외교부가 문제를 조사할 것이 아니라 검찰, 국가정보원 등에 사건을 이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임기를 끝내고 위임한 상하이 총영사가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하며 유출된 자료에 대해 '2006~2007년에 만들어진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자료'라고 했는데 이런 상황 판단은 커다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고개를 못들 정도의 사건이 발생해 외교부가 어려움에 빠졌다"며 "중국 대사, 홍콩 총영사, 광저우 총영사, 타이페이대표, 미국대사, 일본대사가 모두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인데 우리 외교가 이러니 이런 사건이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문제의 본질은 단순 치정사건이냐, 스파이 사건이냐는 것"이라며 "내가 보기에는 단순 치정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덩씨가 스파이라고 생각되면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국정원에 의뢰해 수사를 해야 한다. 총리에게 건의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해 11월이면 5개월이나 지난 일인데 외교부와 총리실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며 "그러니 모든 의혹이 증폭되고 국가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것 아닌가. 당장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국익이 왔다 갔다하는 외교 일선에 국내정치만 생각하는 대통령의 측근을 공관장으로 임명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관련자 전원을 소환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장관은 미봉책에 급급하지 말고 당당하게 청와대에 근복적 문제가 뭔지를 보고하고 총영사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박주선 의원도 "상하이 총영사관의 치정·불륜과 관련된 외교관의 국가망신 행위, 국격훼손 행위, 전 외무 공무원에 대한 명예 실추 행위는 우리 외교사의 지울 수 없는 치욕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 일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고 은폐되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고, 정부의 기밀 유출, 외교 마찰까지 우려된다"며 "수사권이 없는 외교부와 총리실이 조사를 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를 의뢰할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상하이는 윤봉길 의사가 민족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폭탄을 던진 곳인데, 외교 관리들이 수치의 폭탄을 던졌다"며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연락처와 의전 일정까지 다 덩씨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은 아주 중대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외교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사건 경위에 대해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8일 상하이 총영사가 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법무부와 지식경제부 소속 영사의 조기 귀임을 건의해 왔다"며 "외교부는 조기 귀임에 동의해 11월9일에 원 소속부처로 인사발령을 내고 조기귀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관련 사건과 관련된 투서가 제보돼 총리실이 이 문제를 조사해 왔다"며 "현재 외교부와 총리실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고 상하이 총영사관에 대한 특별합동조사도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