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꾼들 사이에서 일명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고려시대 도자기가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실제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에서 체계적으로 보관되는 유물과는 달리, 서해안의 갯벌 등에서 도굴된 도자기는 파도의 침식과 풍화 등으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가격을 매기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으로 도굴한 도자기를 구입하려는 구매자가 극히 소수인데다 경찰과 문화재청이 적극적인 도굴 문화재 단속을 펼치고 있어 대부분 유통과정에서 적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16일 전북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는 서해안에 매장된 고려시대 청자 등 문화재를 도굴한 혐의(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4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김씨 등이 도굴한 유물을 시중에 판매하려 한 유통업자 이모(52)씨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15년 11월부터 2달 간 충남 태안군 한 갯벌에 매장된 고려시대 청자 등 도자기 9개를 삽과 호미 등을 이용해 도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이렇게 도굴한 도자기를 이씨 등에게 판매해달라며 넘겼지만 최근까지도 판로를 찾지 못해 실제 수입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도자기를 판매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수집가 대부분이 불법으로 도굴한 문화재를 구입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실제 이들은 전북과 전남, 충남의 재력가와 문화재 수집가를 상대로 1년 넘게 "서해안에서 찾은 도자기를 팝니다"는 광고를 했으나 판매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이들은 도자기 판로가 막히자 지인들을 상대로 도굴한 문화재를 보여주며 "사업에 투자하면 더 좋은 유물을 찾아주겠다"며 자금을 모으려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결국 수중장비까지 동원해 불법으로 도자기를 도굴한 이들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경찰에 붙잡히는 신세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도굴한 도자기는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은 되나 보존상태가 열악한데다 구매자가 없어 유통에는 실패했다"며 "일부 도굴꾼들이 고려시대 청자 등을 찾아 서해안에 몰리고 있지만 대부분 유통과정에서 검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지난 2014년부터 16일 현재까지 10건의 문화재 도굴을 적발하고 19명의 도굴꾼을 붙잡았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