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읽자 전북 전주 걷고싶은거리에 모인 시민들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시민들은 "촛불이 이겼다", "민주주의를 되찾았다", "어둠을 물리쳤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 안고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주말마다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전북시국회의는 회원들을 끌어 안으며 그 동안의 노고를 격려했다.

몇몇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실감했다.

전북시국회의는 곧바로 이 자리에서 '헌재의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입장을 발표했다.

전북시국회의는 "박근혜 파면 선고는 촛불의 힘으로 이끌어 낸 국민들의 승리"라며 "국민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나라의 품격을 더럽힌 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으로 파면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헌재 선고를 이끌어 낸 촛불혁명은 제국주의 침략에 항거해 맨손으로 일어났던 3·1 독립선언부터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 군부독재를 타도한 6월 항쟁을 잇는 국민의 자랑스러운 혁명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한 번도 스스로 해야 할 몫을 마다한 적인 없는 우리 국민은 무한한 존경과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전북시국회의는 지난 11월부터 촛불집회로 도로가 통제돼 불편을 겪은 전주 걷고싶은거리 상인들에게 꽃을 나눠주며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다.

이날 전북시국회의는 오후 6시30분부터 마지막 도민 총궐기를 갖고 헌재의 탄핵 인용에 대한 축하 퍼포먼스와 공연 등을 진행했다.

전북시국회의 관계자는 "추운 날씨에도 주말마다 민주주의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거리에 나선 시민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