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도급분쟁이 발생한 후에 하도급 전문건설업체의 허술한 대처가 피해를 더 키우고 있어 분쟁대응 매뉴얼 정립 등 업체들의 자구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업체 A사는 작업진행순서가 중요한 신공법을 적용한 현장에서 발주기관의 잘못으로 계획된 순서대로 작업이 여의치 않게 되자 원도급사가 작업장 순서를 바꾸고 재래공법으로 시공할 것을 요구했다.

  A사는 당연히 추가비용을 보전해 줄 것으로 생각해 공법 변경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를 갱신하지 않았고 공기를 맞추겠다는 각서까지 작성해줬다.

  또한 분쟁해결 과정에서도 원도급사가 지정한 기관을 통해 조정을 받는 등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실내건축공사 전문업체 B사는 변경공사, 추가공사를 지시하고 현장담당자를 갈아치우며 비용은 나 몰라라 하는 원도급사의 수법에 걸려 계약금액보다 실행가가 50% 가량 더 나왔지만 후속공사를 기대해 분쟁제기를 하지 않아 비용보전을 받지 못했다.

  모두 분쟁이 발생했는데도 허술하게 대처해 피해를 더 키운 사례다. 

  전문건설업체들은 더욱이 분쟁이 발생하면 동종 업계 관계자나 건설분쟁 경험유무를 떠나 '아는' 또는 '아는 사람이 소개시켜 준' 변호사 등에게 의견을 물어 해결은커녕 상황을 악화시키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A사를 상담한 건설하도급분쟁연구소 소장은 "시공만 해온 전문건설업체는 분쟁을 처음 겪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실수를 거듭한다"며 "사태를 키울 대로 키운 다음에 방문해 수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건설업체라도 법무 전담직원이 있는 업체는 사전에 계약이 타당한지 등 의견을 묻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며 "변호사의 '법률의견서'만 작성해 제출해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사중재원 관계자도 "서류가 없는 것은 물론 대리인 없이 중재과정에 참여해 우기고 보는 대응으로 손해를 보는 중소업체가 많다"며 "문서가 무기이고 외부도움은 필수"라고 말했다.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관계자는 "분쟁발생 초기에 우리 협의회나 전문건설협회에 의견을 구해도 그나마 다행"이라며 "작은 업체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직원에게만 맡겨놓지 말고 대표가 모두 챙긴다는 심정으로 초동대처를 잘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