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지급금 환수 놓고 농민들 불만 폭발

유례없는 쌀값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공공비축미 수매농가에 지급했던 우선지급금 중 일부를 환수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농민들이 무분별한 쌀 수입과 정부의 무능한 양곡정책에 항의하며 환수 거부운동을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를 대행해 우선지급금 환수에 나서야 하는 농협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의 처지를 아는 마당에 정부의 환수지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곤혹스런 입장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용 쌀을 매입하면서 정부는 농가에 우선지급금으로 1등급 기준 40kg당 4만5,000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12월가지 산지 평균 쌀값은 4만4,140원으로 우선지급금보다 낮게 형성됐다.
40kg 한포대를 기준으로 특등은 890원, 1등은 860원, 2등 820원, 3등은 730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정부가 예측한 우선지급금이 산지 쌀값을 초과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해 도내 농민들은 28억원의 환수해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국적으로로 197억원 규모다.
우선지급금 산지 쌀값 93% 수준으로 결정될 당시 추가 지급을 기대했던 농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농식품부는 이르면 다음 달 초 농가별 반환 금액을 확정해 농협을 통해 환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농민들이 반발이 거세 환수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도내 농민단체 등은 정부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결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김제시농민회 오인근 회장은 "밥쌀 수입 등 정부의 양곡 정책 실패로 빚어진 결과인데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강력한 환수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쌀값 하락의 책임을 농미에게 돌리고 앞으로 쌀 수입과 쌀값 폭락에 대해 저항하는 농민을 용납하지 않고 잘못된 양곡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고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국민의당도 우선지급금 환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7일 '우선지급금 환수 대책회의'를 열고 철회를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우선지급금 차액을 농가로부터 환수하면 큰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사상 초유의 쌀값 폭락은 정부의 쌀 수급 정책 실패에서 크게 기인한 것인데도 그 피해를 농가에 이중으로 전가하는 환수 계획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종회 의원은 "우선지급금 차액은 농가에서 환수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결손처리 하거나 앞으로 지급될 변동직불금 등에 상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사업대행을 맡은 농협은 환수에 실패하면 환수 금액을 떠안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빠졌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환수에 나서자니 농민의 반발이 거셀 것이 뻔해 고민에 빠지고 있다.
전북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이 환수금액을 부담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농협은 정부의 사업를 대행한 것 밖에 없다"며 "빠듯한 재정 여건상 환수 금액을 떠안기는 어렵다. 정부 차원이 대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