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식장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조우한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만남'을 언급해 여야간 영수회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언급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분위기와는 달리, 민주당에서는 "영수회담 제안에 화답하지 않았다"고 반발해 양측의 시각차는 여전히 현격하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의 만남은 이날 오전 3·1절 기념식장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잠깐 이뤄졌던 이날 만남에서 이 대통령은 "언제 한 번 봐요"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손 대표는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다.

 그러나 손 대표 측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의 말에 그저 웃기만 했을 뿐 "예"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손 대표는 "'예'라고 한 적이 없다"며 "웃기만 했지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의 비서실장인 양승조 의원도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회동을 제의할 수있는 상황이나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며 "영수회담이라고 보면 나름대로 절차와 예의를 갖춰서 해야지, 복도에서 만나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내용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만남'을 언급했다는 내용을 대변인이 직접 나서 브리핑 서두에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손 대표의 대답 여부에 앞서 이같은 발언 자체가 영수회담 제안이 아니다고 간주하고 있다.

 이같은 장면은 이미 한 달 전에 본 것과 매우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달 1일 이 대통령이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연초 시작하니 한번 만나야겠죠"라고 언급하자,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손 대표는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거부할 리 없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결국 영수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지난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각각 상대방을 탓하면서 영수회담이 무산됐다.

 이어 꼭 한 달 만인 이날 또 다시 이 대통령이 짧은 조우 속에서 예상 밖의 '만남'을 언급해 다시금 '영수회담'이 논란이 됐으나, 이를 해석하는 양측의 시각이 현격하다는 점이 기존 상황과 사뭇 같은 모습이다.

 더욱이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두 사람의 인연을 얘기하고 만남을 독려한 것까지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사전에 조율을 한 것 같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이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에서 손 대표가 "예"라는 대답 여부보다, 양측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청와대는 손 대표가 "예"라고 대답했다고 밝히며 영수회담 제안임을 에둘러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예"라고 답하지도 않았고, 이보다 앞서 이 대통령의 말이 영수회담 제안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간 영수회담을 둘러싼 견해차가 이처럼 현격한 것은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정식으로 손을 내밀고, 야당도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춰 시급히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국내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