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보다 25% 저렴한 실손보험 나온다

의료쇼핑.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실손의료보험상품이 내년 4월부터 확 바뀐다.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25%가량 싼 '기본형' 상품과 도수.체외충격파 치료 등 진료군별 3개 특약으로 분리된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다음해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주는 인센티브제도도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실손의료보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상품인데 6월 말 기준 가입자가 32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치료행위를 획일적.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상품구조의 맹점을 이용한 가입자의 의료쇼핑이나 병원의 과잉진료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손해율(납입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보험료가 인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우선 내년 4월부터 실손의료보험상품이 기본형과 3개 특약으로 분리된다.
특약은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치료.증식치료와 수액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 MRI로 불리는 비급여 자기공명영상검사로 나뉜다.
기본형의 자기부담비율.보장한도 등은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 대신 특약은 입.통원 구분 없이 자기부담비율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되고 연간 누적 보장한도.횟수가 제한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대다수 질병.상해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형 상품에 가입한 뒤 필요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고 특약 가운데 일부를 선택해야 한다.
일례로 40세 남성 기준으로 기본형의 월 납입보험료는 1만4309원으로 현행 1만9429원보다 26.4% 저렴하다.
이와 함께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신상품 가입자가 2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차기연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
하지만 소비자가 필수적 진료를 받는 데 주저하지 않도록 급여 본인부담금과 4대 중증질환(암·뇌혈관·심장·희귀난치성 질환) 관련 비급여 의료비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보험사들은 2018년 4월부터 실손보험상품을 미끼로 여타 보험상품을 끼워팔지 못한다. 다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 암.사망보험 등의 상품을 별도의 계약으로 동시판매하는 것은 허용한다.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모든 보험사가 2017년 중에 모바일 앱 청구서비스를 제공하고 보험가입 편의를 위해 온라인 전용상품을 출시한다. 기존 상품 가입자가 신상품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게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과 단체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퇴직 후 개인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연계장치도 마련한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의료기관은 소비자가 알기 쉽게 진료비 세부내역을 기재한 표준양식을 사용해야 한다. 또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여부가 모호한 사안에 대해 의료자문을 수행하는 중립적 자문기구도 설치.운영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제도개편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사회안전망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