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가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문제점만 속출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가 건설현장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9대 개선방안을 마련해 중소기업청에 건의했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란 20억원이상 공공 건설공사를 발주할 때 중소기업청에서 지정한 공사용자재 품목의 경우 발주기관에서 직접 구매해서 현장에 공급하는 제도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됐지만, 건설현장 시스템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건설업계는 이 제도의 부작용으로 공기지연 유발, 수요기관 행정부담 증가, 하자원인 규명의 어려움, 건설현장 공정관리 차질 및 설계변경 어려움을 꼽고 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진행 상황과 현장 수요에 맞춰 제때 제품을 공급받기 어렵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공정 진행이 어렵게되고 이는 공사비 지연, 공사품질 에도 악영향을 미쳐 피해는 수요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또 하자발생 원인이 공사용자재 때문인지 시공상 문제인지 구분이 어려워 분쟁이 발생하고, 결국 신속한 보수가 이뤄지지않아 발주자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이다.
직접구매제도의 문제점은 국회와 정부도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9월 '공공부문 건설 공동주택의 품질향상을 위한 과제' 보고서를 통해, LH 공급 아파트의 잦은 하자발생 원인으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를 들었다.
감사원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등 운영실태' 보고서에서, 계약 물량이 소수기업에 편중되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협회는 9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운영상 발주자와 건설업계 의견이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경쟁제품 지정 운영위원회에 수요기관.민간전문가 등 참여 확대, 수요기관의 직접 구매 예외 신청시 의견수렴을 위한 조정협의회에 외부전문가 참여 확대, 공사 수행 중 환경변화 시 품목 예외 처리 절차 구축이다.
공사 효율성과 품질 확보 방안으로는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액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32개 품목에 대해 적정성 진단을 다시 실시하고, 특정 품목에 대한 공급집중 현상이 심화될 땐 일몰제 도입 및 품목지정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공기 지연을 유발하는 품목에 대해 사급자재 전환 장치 마련, 대상 품목의 상시퇴출제 및 기업 2진 아웃제 도입 등도 포함됐다.
제도가 선진국형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도약하기 위해 품목수 및 구매 목표비율을 내리고, 총량제(연간 공공공사 금액 중 직접구매대상 금액의 최소비율 지정) 도입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턴키공사 적용 제외, 지역제한 대상공사(82억원) 적용 제외가 포함됐다.
한편,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운영위원회에서는 관련제도의 공과평가를 거쳐 제도를 개선키로 결정하고,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재 선택권도 없는 건설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특정산업 보호 제도가 아닌 모든산업이 수용가능한 제도로 운영돼야한다"고 말했다./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