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소음.진동에 따른 환경피해 배상액이 50% 오른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가뜩이나 경영 여건이 어려운데 배상액까지 큰 폭으로 올릴 경우 부담이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소음.진동에 의한 피해 배상액을 내년부터 50% 인상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소음.진동 피해배상 기준 조정은 지난 2011년 1월에 30% 인상 이후 6년여만이다.
위원회는 올해초 각종 환경분쟁의 배상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지난달 마무리했다. 그 첫 단추가 소음.진동 분야다.
지난 1991년 7월 위원회 설립 후 작년까지 조정.처리한 총 3,495건 중 85%(2,983건)가 소음.진동 피해였다.
남광희 위원장은 "위원회가 결정한 일부 환경피해 배상액이 법원 배상액의 27∼67%에 그쳤다"며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환경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배상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배상액이 50% 오를 경우 소음.진동 사건별로 약 660만원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5년(2011∼2015년)간 연평균 환경피해 배상액 2200만원을 기초로 계산한 것이다.
도로, 철도, 주택 등 소음.진동 시설별로 배상액 인상률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건설업계는 배상액 인상에 부정적이다. 물가상승 등에 따른 합리적인 배상액 조정은 필요하지만 50% 수준의 급격한 인상은 너무 부담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0∼2015년 물가상승률은 10%도 안되는데 한꺼번에 배상기준을 50%까지 올리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배상금을 너무 높이면 악성 민원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경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이 배상기준 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위원회의 환경분쟁 배상액을 5년 단위로 쪼개보면 2001∼2005년 평균 4,300만원에서 2006∼2010년에는 3,300만원, 2011∼2015년 2,200만원으로 꾸준한 감소세다. 2011년 배상기준을 30%나 올린 것을 감안하면 되레 평균 배상액이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자구노력 덕분에 배상액이 줄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배상기준을 또다시 올리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상액이 줄었다고 배상기준을 다시 높이면 건설사들의 그동안 자구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위원회는 9일 건설업계와 회의를 열고 최종적으로 환경피해 배상기준안을 이달까지 확정,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