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 졸속 추진 지적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 중인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이 사전에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추진되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완주진안무주장수)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의 추진 실적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방안>에 따라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은 집주인이 기존 주택을 허물고 다가구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저리융자(2억 한도, 금리 1.5%)와 LH의 임대관리 지원을 받는 구조이다.
사업대상은 10년 이상 경과한 단독·다가구 주택의 소유자 또는 건축물이 없는 공지(空地) 상태인 토지의 소유자이다. 임대조건은 대학생과 독거 노인에게는 시세 80% 월세로, 저소득층에게는 시세 50% 월세로 공급하고 임대기간은 최소 8년에서 최장 20년까지이다.
LH가 지난해 10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 1차 공모를 실시한 결과 80명 모집에 총 358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LH가 시범사업자로 선정한 80명 중 현재 실제로 설계 및 공사에 착공한 사업자는 10명에 불과하다. 특히,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80명 중 70명이 포기를 하자 사업자 숫자를 채우기 위해 공모에서 탈락한 신청자에 대해서도 사업 참여의사를 타진했으나 확정수익 불만족 등의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LH는 올해 5~8월에도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 2차 사업 공모를 실시했다.
2차 공모 결과 320명 모집에 932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기본요건 미달자를 제외하고 422건에 대해 심사를 했으나,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것은 78건에 불과했다. 1, 2차 공모결과 당초 국토부가 목표로 한 400명 중 실제로 선정된 사업자는 88명으로 22%에 불과한 것이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의 추진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집 주인에게 사업참여에 대한 유인요소가 없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 2차 공모결과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입지여건이 양호한 집주인의 경우에도 융자금 부담, 공사비 부족 및 확정수익 불만 등으로 인해 대다수 신청자가 사업을 포기했다.
저금리 시대에 굳이 정부 자금을 받지 않아도 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소득 노출을 감내하면서까지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월세를 놓을지는 의문이란 분석이다.
LH 위탁관리로 세원이 노출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집주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안호영 의원은 “이는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제대로 된 수요조사를 하거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식으로 졸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이번 제도의 시행에 앞서 겨우 35명에 대한 수요조사를 했고, 이 중 80%인 30명이 사업 참여 의사를 피력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영 의원은 “전월세 폭등으로 인해 서민과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서민주거 안정 방안을 마련했다는 생색을 내기 위해 사전에 수요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발표하고 추진한 것으로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어“정부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사업 추진을 취소하거나, 집주인의 사업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익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광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