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절도범 경찰 잠복수사에 덜미

노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통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하도록 속인 뒤 1억원이 넘는 돈을 훔치려 한 말레이시아 국적의 외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6일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노인을 속여 현금을 훔치려 한 혐의(절도미수, 주거침입 등)로 말레이시아 국적의 A(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일 오전 12시40분께 완주군 삼례읍 한 아파트에서 보이스피싱에 전화에 속아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한 B(62·여)씨의 집에 침입해 현금 1억2800만원을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범행 당일 농협 직원으로부터 고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B씨를 만나 대화를 나눠본 결과 보이스피싱으로 판단하고 조직원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경찰은 B씨의 주거지로 이동해 잠복했고 B씨의 집에 침입을 시도하는 A씨를 발견하고 현행범으로 검거했다.
조사결과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공범이 B씨에게 우체국 직원을 사칭해 전화를 걸어 현금을 집안에 보관하게 한 뒤 집 밖으로 유인한 사이 B씨의 집에 침입해 현금을 훔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한국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했으며 한국에 와서 알게 된 사람에게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은 A씨가 입국한 뒤 강릉과 삼척 등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현금 5500만원을 훔쳤으며 삼례에서 미수에 그친 건을 포함해 총 3건의 절도미수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추궁했다.
경찰이 A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사진을 근거로 추궁하자 그제야 A씨도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고 “범죄를 저지른 대가로 건당 최대 5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농협 직원의 신고로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며 “A씨와 연락을 주고받던 중국계 인물로 추정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을 검거하려 했으나 눈치 채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여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공범을 뒤쫓고 있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