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폭염이다. 서울은 지난 5월19일 5월 중순 기온으로는 84년만에 최고 더운 31.9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폭염은 종자생산에도 영향을 주었다. 동계작물인 영양보리의 경우 수확일이 평년보다 일주일 앞당겨 졌으나 고온으로 종자생장이 일찍 정지됨에 따라 종자무게가 줄어 10a(300평)당 생산량도 평년의 70%수준으로 감소되었다. 폭염과 함께 농업인의 가슴도 타들어 가는 것이다.
기상이변이 상시화 되고 있다. 기상이변에 대응하여 우량종자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과학영농, 기술농업이 해법이 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발명왕으로 유명한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 GE는 ‘Imagination at work’ 즉 새로운 발명을 위한 상상력을 강조한 반면 Apple의 CEO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 즉 새로운 사고를 위한 창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폰은 컴퓨터, 핸드폰, 카메라 등 기존의 발명품을 결합하는 새로운 사고로 태어난 것이다.
기상이변에 대응하여 우량종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두 가지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상이변에 대응한 신품종개발과 기존 품종에 대한 재배기술의 혁신이 그 것이다. 신품종 개발은 10여년의 기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는 재배기술 혁신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은 국립식량과학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채종단지 회원들과의 협치를 통해 우량종자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 워크숍 개최, 채종단지 합동점검, 공동 육묘시험 등 각각의 종자 생산기관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의 교류를 통해 최적의 재배기술을 도출해 이를 적용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도처에 흩어져 있는 자원을 결합하여 최선의 결과를 산출하는 것, 바로 이것이 협치, 정부 3.0의 정신이자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Think different’의 적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는 동진강, 만경강이 흐르고, 지평선이 보이는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가 있는 지역이다.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은 전북 농업인들이 파종하는 종자량 기준으로 ‘16년에는 벼의 경우 67%, 보리·밀의 경우 63%, 콩의 경우 52%를 공급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하는 종자는 농업인이 자가 채종하는 종자에 비해 생산성 측면에서 6%∼65%로 높은 걸로 알려지고 있다. 농업인이 자가 채종하는 종자를 정부가 공급하는 종자로 대체하기 만해도 농업생산성이 최소 6% 증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현재 3%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아무쪼록 국립종자원 전북지원, 국립식량과학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과의 협치를 통해 우량종자 생산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호남평야가 풍요로운 황금들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일 / 국립종자원 전북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