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부(富)와 귀(貴)다.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싫은것은 빈(貧)과 천(賤)이다. 공자도 ‘부귀는 사람마다 원하는 일이고, 빈천은 사람마다 싫어하는 일’이라고 했다. 장자(莊子)역시 ‘큰지혜가 있는자는영고성쇠(榮枯盛衰)를잘알고있으므로 얻었다 해서기뻐하지 않고, 잃는다 해서 근심하지도 않는다. 이는 운명의 변화무상(變化無常)함을 이미 알고있기 때문이다. 생(生)의 진리에 통달한 사람은 생이 미치지 못하는 바에 힘쓰지 않고, 운명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인지가 미치지 못하는 바에 힘쓰지 않는다.’고 했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화(禍)에는복(福)이,복에는화가 들어있다. 겨울이 오면 그 뒤에 봄과 여름이 따라오고, 여름이 오면 뒤에 가을과 겨울이 따라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밝혔다. 돌고 도는게 세상만사다. 길흉화복은 끊임없이 뒤바뀐다.?다만, 인간들은 언제 뒤바뀔지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정민교수의 ‘지영수겸(持盈守謙:빈천과 부귀는쳇바퀴돌듯돈다)’에서 따온 글이다. ‘빈천은 근검을 낳고, 근검은 부귀를 낳는다. 부귀는 교만과 사치를 낳고, 교만과 사치는 음란함과 어리석음을 낳으며, 음란함과 어리석음은 빈천을 낳는다. 여섯가지 길이 쳇바퀴처럼 돈다.’ 중국 진홍모(陳弘謀)가 엮은 오종유규(五種遺規)에 나오는 글이다. 가난한 자가 부지런히 노력하여 부귀를 얻었다. 부귀를 얻고보니 눈에 뵈는 게 없어 교만을 부렸다. 교만에 빠져 방탕함에 이르니 순식간에 빈천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 때의 부귀는 꿈이었고, 이제는 가슴아픈 빈천만 남았다.
 다산은 18년동안의 귀양살이에서 꿈과 희망을 잃은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어 높은지혜를 보여줬다. ‘손자들의 세대라도 과거에 응할 마음을 먹고 경국제세(經國濟世)의 일을 한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천리(天理)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번 넘어진 사람이라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법은 없다. 만약 하루아침의 분노를 참지 못하여 먼 시골로 이사가버린다면 무식하고 천한 백성으로 일생을 끝마치고 말 뿐이다.’ 부와 권력, 명예와 위력, 어느것 하나 영원할 수는 없다고 믿었던 사람이 다산이었다. 하늘의 이치는 돌고 돈다는 원칙 아래,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면, 새로운 세상은 오기 마련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만이 어둡고 괴로우며 암담한 현실을 극복해가는 지혜라고 다산은 여겼다. 세상을 원망하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골이나 시골에 숨어살면 볕이 들기 어려운 일이다. 환란을 당한 집안일수록 번화한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돌고도는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부귀가 극에 달할때,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다. 차면 넘치기 마련, 부귀와 빈천은 언제나 돌고 돌기 때문이다.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 부귀를 잃고 탄식만하는 사람들, 다산의 지혜를 교훈삼아 현재 처한위기를 발분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명심보감성심편에 ‘?사랑을 받거든 욕됨을 생각하고,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고 했다. 높은 지위에 오르거든 우선 욕될 것을 염려하여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부자라도 자기 한 몸의 안락만을 꾀하고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면, 빈천은 이미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극도로 성하면 쇠한다.’고 했다. ‘복이 있다해도 다 누리지 말고, 권세가 있다 해도 다부리지 말라.’했으니, 복,재주, 봉록, 재물의 네가지를 있는 대로 다 쓰지 말고 남겨둬야 오랫동안 지속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교만과 사치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끝이 중요하다. ‘어려서 장원급제한 자는 판서에 오른자가 드물다’는 속담이 있다.?인생의 승부는 마지막에서 결정된다. 처음 시작은 울상이지만 마지막에 웃는 최후의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어렵다고 너무 절망하지 말고, 잘된다고 너무 오만하지 말자. 인생사는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빈천은 물리치고 부귀를 불러오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김재춘 / 전 완주동양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