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서는 아시아에서 진정한 패권을 확립하고 미국의 세력을 제압하거나 그와 동등한 경지에 오를 때까지는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거나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핵무기의 중동지역 확산을 시도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북한 핵무장을 묵인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이 북핵을 절대 불용한다고 보지만 북한은 이미 수십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고 일본이나 한국등 인접지역에 대해서는 필요시 이를 사용할 운반수단도 가지고 있은지가 이미 수년이 되었으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실질적 압박을 통해 이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무슨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이는 곧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단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북한 핵무기를 현실적으로는 묵인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 다르지 않지 않은가. 미국은 진정으로 필요하다면 북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치.경제적.군사적 수단을 분명히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조치로 인해 한국등 동북아지역에 여러 위해 요인이 파급될 우려 때문에 주저한다고 이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그렇게까지 시급하고 위급한 상황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에서 한발 더 나가 미.중 양국 모두가 북핵 상황을 자국 외교에 유리한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원시적 핵무기를 두려워할 것이 무엇인가? 북한이 이를 수출하는 등의 확산 조치만 하지 않는다면 미.중 양국으로서는 북핵으로 인해서 얻는 이익이 결코 작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이다. 94년 미.북 북핵협상시 우리는 이에 참여하지도 못하면서 북한에 건설해 주기로 미.북간에 합의된 원자력발전소 건설비용의 70%를 부담하기로 함으로써 엄청난 경제적 손실만 입고 말았던 쓰라린 경험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시 한국내 일각에서는 핵무기비확산조약상의 핵보유 5개국이 핵무기 확산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왜 비핵국인 한국이 그 비용을 거의 모두 부담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한국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물질을 재처리하는 것도 일본과는 달리 미국에 의해 용인되지 않는 처지인데 왜 북한 핵무기 개발방지 비용까지 부담해야 되는냐는 것이었다. 우리의 정치권이나 외교력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당시에도 간절하였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유엔의 대북제재에 한국이 다시 최첨단에 나서서 유엔제제대상도 아닌 북한의 개성공단까지 자진해서 폐쇄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외교적으로는 유일한 대북 협상카드를 거져 버린 결과를 초래하였으니 한심하다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미.중관계가 어떠한 틀 안에서 움직이는지,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의 진정한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일시적으로 미국에 잘 보이려는 무의식적인 사대적 사고에서 나온 조치가 아닌지 씁쓸한 기분이다. 미국이나 중국이나 우리의 구원자는 아니고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강대국들임을 우리의 위정자들이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의 국익을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태도를 취할 것이고 우리도 이에 대응해서 우리 국익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은도 트럼프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하였다니 모처럼 남북한이 그와 함께 북핵문제와 관련된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끝>

최병효/주 노르웨이 대사, LA 총영사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