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애늙은이’라고 불리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항상 행동이 느리고 변화를 싫어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항상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곤 했다. 친구들은 조용필, 송골매에 열광하고 빠져 있을 적에 그 친구는 흘러간 옛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친구를 애늙은이라고 했다.(주: 애늙은이는 어르신을 폄하한 말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애늙은이’와 ‘애어른’은 의미가 다르다. ‘애어른’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성품이 의젓하여 정신적, 인지적으로 성숙하고 사려 깊다는 개념이다. 반면에 ‘애늙은이’는 생김새나 행동이 나이가 든 사람같이 기운 없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매사가 느린 아이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세월이 가면 나이가 들면서 반드시 늙어간다. 여기서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개념일수도 있지만 정신적인 개념일 수도 있다. 나이는 많지만 생각이 젊은 어른신들도 무척 많다. 여기서 생각이 젊다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이 적극적이면서 미래를 말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늙지만 정치는 늙어서는 안된다. 정치는 끊임없이 국민을 행복하고 잘살게 해야 하는 당위성과 명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늙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항상 그래왔듯이 선거는 지도자를 뽑는 국민적 행위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나라를 패망하게 한 적도 있었고 지도자의 욕심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은 잘못된 지도자 때문에 국민이 설움 받고 힘든 세월을 보내야만 했었다.  그래서 지도자의 정신이 늙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지도자가 ‘애늙은이’여서는 안된다. 지도자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지도자는 항상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면서 더 나은 발전을 위하여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지난 1988년 13대 총선결과도 여소야대였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민정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결국 민정당,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그리고 신민주공화당의 4당 분립 구도가 형성됐다. 의석수를 보면 민정당 125석, DJ의 평화민주당 70석, YS의 통일민주당 59석, 그리고 JP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이었다. 야당 동의가 없으면 법안 하나 처리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현재의 20대 총선 결과와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13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81.1%에 달했다. 국회 운영을 야당이 주도하면서 여당을 선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자기만 생각하는 ‘애늙은이’가 아니라 ‘애어른’처럼 성숙한 정치를 펼친 결과이다. 

지금 19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마지막 회기가 열린 지난 4월 21일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인 43%를 기록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정치의 중심에 ‘국민’은 없었다. 20대 총선 결과는 민생과 민의를 살펴, 소외받는 사람들을, 청년실업을, 고용과 복지를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라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의 결과이다. 

六韜三略에 나오는 글을 잠시 인용하면, 

 문왕이 강태공에게 “천하를 안정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으니 강태공 왈, “天有尙形 民有尙生”이라 답했습니다... 풀어보면, 하늘에는 일상 형체가 있으며, 백성에게는 일상적인 삶이 있습니다. 천하와 더불어 그 삶을 함께하면,  천하는 자연히 고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른정치입니다. 

이번 총선에 당선된 지도자들에게 부디 국민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도록 ‘애늙은이’가 아니라 ‘애어른’처럼 성숙한 정치를 기대해본다.   <사외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김갑봉 더불어민주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