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 각 분야의 부정부패 척결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지만 건설 분야에서의 비위·비리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단장 오균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건설 계약 분야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면허미소지 업체와의 용역계약 체결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204명을 적발, 이들 중 18명(지자체 공무원 6명 포함)을 수사의뢰하고 공무원 192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정부는 지난 5년(2010~2015년)간 전국 16개 시·도 등 지자체가 발주한 건설 공사 중 특허 공법이나 신기술 공법이 적용된 1만1,539건을 전수 조사했는데, 그 결과 ▲사전 검토 누락 등 공법 선정 절차 미준수 1,195건 ▲특허·신기술 보유자와의 사용 협약 미체결 288건 등 1,483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적발율 12.9%에 달한다.
조사 결과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적발 사례가 고르게 나타났고, 특허 공법이나 신기술 유형이 다양한 도로·교량·상하수도 분야에서 주로 적발됐다. 이 중 공법 적용 및 계약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간 정황이 있거나 실제 부실 설계·시공으로 이어진 사례에 해당하는 18명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하고 귀책사유가 큰 공무원 27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실제 경북 A시의 한 실내체육관 신축 공사(73억원 규모) 과정에서 지붕 공사에 적용될 특허 공법에 대한 사전 검토 없이 특정 업체가 선정됐고 특허 보유자와 사용 협약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체육관이 들어설 땅이 연약한 지반인데도 단단한 지반으로 허위 계산됐고, 지붕 위 눈의 하중에 대한 계산 결과가 누락됐으며, 공사 과정에서 접합부 볼트도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2의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또한 전국 공사 현장에서 불량 철강재를 사용했다는 의심 신고가 접수된 31개 업체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벌여 KS 규격 미달 중국산 철강재 사용 및 품질성적서 변조 등 위법 행위 28건을 적발, 적발된 15개 업체를 고발 및 행정처분 의뢰했다.
아울러 전국 소방시설공사 상주감리 대상 33개소를 표본 조사해 감리일지 허위 작성, 감리업무 소홀, 감리원 배치 기준 위반 등 위법 행위 7건도 적발했다.
특히 KS 규격 미달 중국산 철강재(H형강)를 납품한 사례가 전체 28건 중 1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KS 인증을 받지 않고 품질시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중국산 H형강을 신축 공사 현장에 납품하거나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수입산 철강재 수입은 2013년 1,939만톤에서 지난해 2,206톤으로 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H형강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29%에 이른다. 이는 중국산 철강재 가격이 국산의 80%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건설 자재 관련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국토부가 관리하는 품질시험 전산관리시스템에 시험 단계별 입력을 의무화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품질시험 절차를 지키지 않은 기관에 대해서는 영업정지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품질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 위조·조작 행위에 대한 제재도 ▲1차 적발시 경고 조치→영업정지 1개월 처분 ▲2차 적발시 영업정지 1개월→영업정지 2개월 ▲3차 적발시 영업정지 2개월→영업정지 3개월 처분으로 각각 강화된다. 1년 동안 2회 적발 시 기존에는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앞으로는 등록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
기준 미달 철강재 유통을 막기 위해 ▲철강재 KS 인증제품 심사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수입 통관 단계에서 품질 인증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으며 ▲유통 단계에서의 단속도 반기별 단속에서 분기별 단속으로 실시키로 했다.
정부 합동 건설 계약 분야 점검은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행정자치부와 국토교통부·국민안전처 등과 함께 진행했다. 시공·감리 분야 실태 점검은 국토부, 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세청, 한국철강협회, 소방산업기술원 등과 합동으로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결과 발표가 다소 늦어진 데 대해 "4·13 총선도 있었고, 지자체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다보니 발표 시기가 미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용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