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80대 노인을 유인해 8000만원을 훔치려 한 30대 중국인이 범행 현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전주덕진경찰서는 11일 보이스피싱으로 완주군의 한 사찰 주지스님 A(86)씨의 돈을 훔치려 한 혐의(절도미수)로 중국인 리모(30)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흑룡강성 출신의 리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께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청 직원을 사칭해“은행계좌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니 현금이 인출될 수 있다. 현금을 모두 인출해 전주의 한 대형마트 사물함에 보관하면 안전하게 처리해주겠다”고 속여 A씨가 인출한 현금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리씨의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넘어간 A씨는 완주의 한 농협에서 8000만원을 인출해 가방에 담은 뒤 리씨의 지시에 따라 택시를 타고 전주로 향했다.

전주시 인후동 교차로에서 택시에서 내린 A씨는 전주지역 지리를 몰라 때마침 대통령의 전주 방문 경호를 위해 배치된 경찰에게 길을 물었고, 스님의 통화를 엿듣고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경찰과 농협 직원 기지로 A씨가 인출한 돈은 다시 은행 금고에 맡기고 전화 속 사기꾼이 지시한 대형마트 사물함에는 빈 가방만 넣어뒀다. 

경찰의 추적을 까맣게 몰랐던 중국인 리씨가 대형마트 사물함에서 가방을 꺼내려다 잠복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인 리씨는 지난 2014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비자 만료로 불법체류자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덕진경찰서는 지난 6일에도 노인을 대상으로 신규 보이스피싱 형태인 절도형 범죄를 저지른 조선족 피의자 지모(22)씨를 검거했다.

지씨는 지난 4일 B(68?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우체국과 검찰청 직원을 사칭해 예금 4500만원을 인출해 집안에 보관하도록 지시했다.

다시 전화를 건 지씨는 B씨를 전북도청으로 유인한 뒤 미리 파악한 B씨의 집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침입해 4500만원을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결과 지씨는 같은 수법으로 지난달 31일부터 6일까지 대전과 전주에서 총 5회에 걸쳐 8200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보이스피싱이 절도와 결합한 형태의 범죄로 번져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앞으로도 금융사기 범죄 피해 예방과 피의자 검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