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남고산성(사적 제294호) 동포루지 발굴조사에 대한 현장 설명회와 학술 자문회의를 8일 남고산성 동포루지 현장에서 개최했다.

남고산성에 대한 학술조사는 지난 1990년대에 서문지와 서암문지에 대한 발굴조사로 형태와 규모, 축조시기 등이 일부 밝혀진바 있지만 성벽과 내부 건물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남고산성의 동포루지로 추정되는 지점과 그 주변에 대한 조사를 통해 동포루지의 존재여부 및 형태, 규모, 시기 등을 파악해 향후 보존 및 정비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됐다. 또 남고산성 성벽에 대한 조사를 통해 남고산성의 축조시기와 축조기법 등을 파악하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

발굴조사를 진행한 (재)전라문화유산연구원(이사장 김승옥)은 이번 조사에서 2차례에 걸쳐 축조가 이루어진 석축성벽과 이 성벽의 바깥쪽에 쌓은 1기의 치(雉) 시설, 치 상단에 양호하게 남아 있는 초석 건물지를 발견하는 학술적 성과를 거뒀다.

특히 석축성벽은 성벽의 상단부와 하단부가 그 축조기법이 다르고, 일부 구간은 현재의 성벽 하층에 선행하고 있던 또 다른 성벽이 확인돼 두 차례에 걸쳐 성벽의 축조가 이루어 졌음을 확인했다. 또 기반층을 계단식으로 절토한 후 내탁기법으로 축조된 성벽의 경우 선행 성벽은 잡석을 정연하게 채워 내탁부를 형성했고, 후대 성벽은 잡석과 토사를 섞어 내탁부를 형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성벽을 바깥쪽으로 돌출되도록 쌓아 적을 전면과 좌우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인 치(雉) 시설은 산성의 석축성벽을 쌓은 이후 그 성벽에 덧대어 바깥쪽에 다듬은 돌과 흙을 이용해 장방형으로 쌓았던 것으로 확인했다. 치의 규모는 초석의 형태로 보아 정면 3칸, 특면 1칸의 누각 형태로 추정되며 치의 테두리 상단부는 여장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치의 건물지 내부에 다량의 목탄과 고열에 노출돼 변색된 석재 등이 퇴적돼 있어 화재로 인해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조사팀은 출토된 유물을 토대로 처음 축조된 성벽과 치 시설은 조선시대 전기 무렵에, 후대에 축조된 성벽과 치 시설은 기록에서 보이 듯 19세기 초반 무렵에 축조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치 시설에 건축된 초석건물은 형태와 위치 등으로 보아 포루지였을 것으로 확인됐다.

김병수 전주시 전통문화과장은“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남고산성 동포루지의 규모와 실태, 성벽의 축성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기반으로 향후 복원사업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남고산성은 전주의 남쪽 주봉인 고덕산에 자리하고 있는 조선시대의 석축산성으로 언제 처음 축조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세종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고덕산 석성’이라는 명칭이 기록돼있어 이 산성이 조선시대 전기 무렵에는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남고산성은 이후 1811년 고쳐 쌓기 시작해 그 이듬해인 1812년 완성했고, 성 내부에 남고진(南固鎭)을 설치했다.

/김영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