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25년 만에 하나의 단체로 출범하면서 김정행 회장과 강영중 회장은 대한민국 체육 발전을 위해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통합 대한체육회의 공동 수장을 맡은 김정행 회장과 강영중 회장은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그러나 공동 회장 체제에서 업무 분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직원들간 직급 문제 등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는 등 출발부터 난맥상을 드러냈다. 

김 회장과 강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두 기관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회장은 한국 엘리트 체육을 대변하는 대한체육회를, 강 회장은 생활체육을 대표하는 국민생활체육회의 수장을 각각 맡아왔다.

김 회장은 일단 "양 단체의 기존 인원에 맞게 분담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올림픽은 제가, 나머지 업무는 논의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대한체육회 직원들이 업무를 연속성 있게 끌고 간다는 차원에서 김 회장이 맡는 게 낫겠지만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체육회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김정행 회장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회장으로 인정하고 있어 올림픽과 관련된 업무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통합체육회 인사권과 예산 관련 권한 등 내무 업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체육회 사무차장 인사가 하루 만에 번복된 것과 관련해서도 사전 검토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체육회는 21일자로 사무차장에 백성일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경기국장을 발령했다가 하루 뒤 이를 철회했다. 

김 회장은 "사무차장 내정자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에 파견 근무 중인데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조정을 한 것"이라며 "미리 평창조직위와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평창조직위와의 사전 조율도 없이 요직의 인사를 선임해 놓고 반발에 부딪히자 정기영 홍보실장을 하루 만에 사무차장으로 선임하는 촌극을 빚었다.

통합 대한체육회는 25일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사무총장을 선임할 예정이지만 이 자리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직원간 직급 문제도 시급히 해결이 필요하다. 두 기관이 합쳐진 만큼 직원들간 급여나 인사에 있어서도 차별성을 두어서는 안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김 회장은 "어느 한쪽이 불이익을 당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반면, 강 회장은 "두 단체의 보수가 달라도 그만큼 실적이 있다면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한체육회 노조는 직원 상견례에 불참하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오는 31일 노사협의회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지만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적인 통합은 이뤘지만 온전히 하나의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자칫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불안한 동거를 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