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가 지갑이나 주머니에 평균 11만6000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보유 현금은 최대 10만원 가량 격차가 났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15년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중 99.7%가 거래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11만6000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지난해 10월26~11월20일까지 전국 1인 이상 가구주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설문 당시 응답자가 지갑이나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던 현금 규모다.

소득이 많을 수록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많았다. 고소득(월평균 500만원 이상) 가구의 거래용 현금 규모는 평균 19만3000원으로 저소득(월평균 199만원 이하) 가구의 보유액 9만원보다 10만3000원 더 많았다.

종사자 지위별로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21만6000원)와 단독 자영업자(15만5000원)의 경우 보유액 규모가 상대적으로 컸다. 이어 상용직(10만4000원), 무급(9만5000원), 일시·일용직(8만9000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27%는 소지하고 있는 현금 외에 비상시를 대비해 집이나 사무실 등에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용 현금 규모는 평균 69만3000원에 달했다. 

특히 예비용 현금의 경우 고소득과 저소득 가구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저소득 가구는 평균 36만5000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고소득 가구는 192만2000원을 갖고 있어 약 5.2배 차이가 났다.

거래용과 예비용을 합한 전체 보유 현금규모는 평균 30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주로 50대(40만원)와 60대(39만원)의 고령층에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현금 중에서는 5만원권이 가장 많았다. 거래용 현금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46.9%로 가장 많았고, 예비용 현금에서도 전체의 80.7%가 5만원권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5만원권의 경우 거래용(68.2%)에 비해 예비용(84.1%)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가계의 월평균 소득(294만원)에서 저축이나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지출액(206만원) 중 현금사용 비중은 80만8000원(38.8%)로 가장 많았다. 다만 현금지출 비중이 높은 것은 개인간 거래를 포함한 가구의 모든 지출에 대한 조사이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어 신용·체크카드 77만1000원(37.4%), 계좌이체 43만6000원(21.2%) 순으로 나타났다. 

현금지출액의 절반 가량인 52.8%(42만3000원)는 주로 사적이전(22만6000원), 경조금(12만6000원), 종교 기부금 및 친목회비(7만원) 등 개인간 거래에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소득에서 현금으로 취득하는 비중은 24.6%로 계좌이체(72.8%)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현금 취득은 종사자별로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평균 53.8%로 가장 높았고, 상용근로자의 경우 11.2%로 가장 낮았다. 

한편 기업의 경우 종사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 1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7%가 100만원 미만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3.2%에 불과했다.

가계와 기업 모두 향후 경제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보유현금을 늘리겠다는 비중이 각각 38.7%와 19.3%로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