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 제품을 시중에 팔기 전 독성물질에 대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주장에는 제품의 위험성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업무상 단순 과실로 끌고 가려는 업체측의 의도가 깔려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사망자 중 70%가 사용했던 제품을 만든 회사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001년 가습기 살균제 발매 당시 원료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에 대한 '흡입 독성'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조사에서 주장했다. 

PHMG는 흡입시 유해한 화학물질로, 원료 제조사인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 신고·평가 기관(NICNAS)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 물질의 흡입 독성이 명시돼 있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동물실험을 내부적으로 검토는 했으나 당시 가습기 살균제 동물실험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아 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가 PHMG의 독성을 알면서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것인지 등 고의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 반발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자체 실험 결과를 통해 유해성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지금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말을 계속 바꾸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사이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자체 실험 결과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숨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전담 수사팀을 지난 1월 꾸려 제조사와 판매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