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선택한 카드는 금융안정에 무게를 둔 '금리동결'이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일단 금리를 현재의 연 1.50%로 묶어두고, 각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내외 경기 흐름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의 부진한 회복세에 금리인하 요구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올 상반기 중 추가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 불확실성…금리조정 '부담'

세계 금융시장은 연초부터 불거진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크게 흔들린데 이어 글로벌 수요 위축, 국제유가 폭락,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 잇따른 악재들로 불안정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가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고조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40원대를 뚫고 치솟았다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과도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지난 1월 기준 45억3000만 달러 빠져나가며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다.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자금액만 233억8700만 달러에 달한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자금 유출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실물 경제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월 중순 이후 외국인 증권자금이 유입 쪽으로 전환되긴 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글로벌 유동성이 상당히 많이 공급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물경제 변화에 있어 흐름이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각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폭이 얼마나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는 데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각각 14일과 15~16일 예정돼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기 회복세 미약…'금리인하' 요구 계속

9개월째 지속된 금리동결에도 시장에서의 금리인하 요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경기의 회복세가 미약한 탓이다. 2월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12.2% 감소하며 지난 2009년 2월(-18.5%) 이후 7년 만에 최대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째 감소세로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제품 등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패널과 반도체 등 IT제품에서 모두 하락한 영향이다. 중국 등 신흥국 수요 둔화로 부진한 수출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수경기도 1월 소매판매액지수가 전월대비 1.4% 감소하고, 설비투자의 경우 자동차(-17.4%)와 운송장비(-11.0%)에서 모두 감소한 영향으로 전월대비 6.0% 줄어들면서 개선세가 약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상반기중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국내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약해진 만큼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에서다. 지난달에 이어 3월 금통위에서도 하성근 금통위원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어 금리인하의 개연성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3월 미 FOMC에서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당분간 글로벌 통화완화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4월 이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조용구 이베스트투자 연구원도 "국내의 경우 환율만 안정된다면 당장 4월에도 금리인하가 가능하겠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어 2분기중 한차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불안정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을 수 있을지 여부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제유가 반등 움직임이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연되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한은으로서는 추가 금리인하를 펼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신중하게 나올 경우 한은이 통화정책에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대외여건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추경 집행 여부 등 정책적 스탠스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여전히 경기부양에 대한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도 "대외여건이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실물경제에 미치는 채널의 작동이 제한받을 수 있다"며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안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