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안녕하십니까?'의 유래는 고려 말 무신정권시대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무신(武臣)들의 눈에 벗어나면 밤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단하던 풍경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 그 시절의 아침 인사가 '밤새 안녕하십니까?'였다. 그 풍습이 유래되어 지금까지 안부인사로 쓰이고 있다. 안녕(安寧)은 편안함 또는 편한 사이의 인사를 가리킨다. 편안해야 할 ‘안녕’이 ‘불편’의 느낌을 주게 되면 ‘불안’해진다.

정치(政治)는 국민을 안녕(安寧)하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이 안녕(安寧)하기 위하여 정치(政治)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우리는 국민을 ‘불안(不安)’하게 만드는 불편한 정치를 보았다. 바로 ‘테러방지법’의 국회통과이다.

테러방지법의 전체 이름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다. 말(言) 그대로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테러방지법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눈에 보이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정국이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8박 9일간 펼쳐진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하여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1957년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의 상원의원인 스트롬 서먼드는 민권입법을 방해하려는 남부 출신의 상원의원들에 의한 시도(결국은 실패했음)의 일환으로서 24시간 이상을 발언했는데, 이는 기록상 가장 길었던 개인적 의사방해연설이었다.

이 필리버스터는 1964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께서 당시 의원시절에 동료의원인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동안 발언한 이후 52년만의 부활이다.  

이번의 필리버스터는 많은 기록을 쏟아내었다. 38명의 야당의원이 쉬지 않고 192시간 25분 동안 열변을 토해냈다. 바로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이다.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테러방지법으로 주인에게 개목걸이를 채우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 저의 주인은 국민이다”라고 했으며, 신경민 의원은 “국정원은 국가걱정원이고 국가조작원이다. 자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미숙한 집단으로 남아있다”라며 한방을 날렸으며, 진선미 의원은 “국가의 의심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반대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안녕’ 때문이다.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테러방지법의 쟁점이었던 국정원의 개인정보 수집 권한 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러 예방에 필요 찬성’ 39%, ‘일반인 사찰 우려 반대’ 51%로 나타났다.  

테러방지법은 합법적으로 전 국민 모두를 정부의 사찰의 대상으로 만드는 법이다. 모든 국가권력이 국정원 산하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국정원이 테러방지를 이유로 정당, 단체, 나아가 각 개인의 사생활 및 비밀들을 영장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즉 영장없이 금융 정보, 이메일, 카톡 등 각종 온라인 정보를 다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을 사이버 테러로 규정하면 모든 사생활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잘 알고 있다. 권력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자는 그 아무도 없다. 지금의 테러방지법을 주도했던 세력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수 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치는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고려 무신정권때의 인사말이었던 ’밤새 안녕하십니까?’가 우리 시대의 아침 인사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무탈하게 ‘밤새 안녕’하기를 기원해본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처장 김 갑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