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맞서 싸운 남원출신 항일의병장 이평국 3부자와 임기주(남원) 형제 등 호남출신 항일투사 36명의 활약상과 인적사항이 기록된 문건을 경남 하동군의 한 향토사학자가 108년 만에 발굴, 지난 19일 정부에 서훈을 신청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해당 문건을 공개한 지리산권 우리문화연구소 정재상 소장(50·전 하동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은 지난 1993년부터 지역문화원 등 전국각지를 돌아다니며 10여명 이상의 전북 출신 의병장 등 총 130여명의 항일의병장 등을 발굴해 정부로부터 정식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한 인물이다.

정 소장은 이번에 발표한 문건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소장중인 조선총독부 문서 ‘폭도에 관한 편책’ 전남경찰부장(지방청장)의 보고서(1908년)와 남원경무분서장(1907) 보고서 등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호남출신 항일투사 36명에 관한 인적사항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소장이 정부에 서훈한 이평국 3부자 등은 구한말 을사늑약(1905년) 이후 지리산 일대에서 의병대를 지휘하면서 항일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문건에는 출신지 별로 주소와 성명, 나이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문건에 의하면 남원시 주전면 출신 이평국 의병장과 아들 형제(당시 30세, 27세) 그리고 남원시 이실리 임기주(35) 임영주(25) 형제 등 호남출신 36인은 지리산 일대에서 항일투쟁에 참여 했다.

특히 이평국 의병장은 강사과(임실), 고광순(담양) 고광문 형제 등과 함께 1907년 2월 남원일대에서 의병봉기 후 300여 명과 함께 항일투쟁을 펼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의병진을 전남 구례군과 경남 하동군 등으로 이동 일제와 맞섰다.

이 의병장은 이어 같은 해 11월 부대를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효대마을 인근으로 이동 대일 항전을 펼쳤다.

특히 이들은 일제 치하에 있던 구례·곡성경찰서와 하동군청, 그리고 우편취급소 및 일본군 수비대 본거지 등을 습격하며 일제에 큰 타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을 분석한 정 소장은 “일본경찰 보고서에는 이평국이 1907년 2월 남원에서 의병봉기 후 전남 곡성 등지에서 활동 중이라는 수차례에 걸친 보고서가 있었지만 그 이후 행적은 사라졌다”면서 “하지만 1년 후 1908년 12월 보고서에는 이평국 아들 형제가 곡성출신 의병장 노인선의 부하로 활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소장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평국 의병장은 1908년 초 지리산 일대 어느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 경찰은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재상 소장은 1993년부터 영·호남지역 독립운동가 발굴과 서훈신청을 통해 지금까지 130여명이 정부로 부터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으며 2014년에는 영·호남출신 항일투사 28명이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는데 기여했다. 

정소장은 이러한 공로로 정부로 부터 국가 보훈문화상과 하동군민상, KNN(SBS)방송 문화대상, 합천군명예군민증서 등을 수상했다.

한편 정 소장이 발표한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한 남원 출신 항일의병장 등 13인 명부(주소는 당시 원적지임)는 다음과 같다.

▲이평국과 아들형제(남원군 주전면·30/·27), ▲임영주(남원군 이실리·25), 임기주(남원군 이실리·35), ▲주화수(남원군 주이묵리·30), ▲김○○(남원군 두동면·30), ▲하○○(남원군 두동면·30), ▲김○○(남원군 오수리·25), ▲윤○○(남원군 일광리·30), ▲박○○(남원군 도구리·27), ▲김해수(남원군 평모리·35), ▲김문삼(주소불상·40)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