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로 환율의 불안한 움직임이 지속되더니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더욱 큰 변동폭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북 리스크와 금리인하 기대감까지 반영되고 있어 원화값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달들어 120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의 오름폭은 약 보름간 34원(종가 기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장중 1239원대까지 치솟으며 한 때 1240원대를 넘보기도 했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으로 상승폭이 다소 줄어들면서 1234.4원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2010년 6월11일(1246.1원) 이후 5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경기 하락 위험과 산유국간 원유 감산합의 난항에 따른 유가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독 원화값이 더 출렁이는 이유는 대내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북핵 우려에 이어 미국의 대북제재법 발효, 북한의 테러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약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순매도한 채권은 총 3조67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채권투자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외국인의 달러 매수(원화 매도)세는 더욱 두드러졌고, 원·달러 환율 급등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펀더멘탈적으로 환율이 급등할 상황이긴 했지만, 역외에서의 강한 달러화 매수로 인한 상승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며 "금리인하 전망과 주식채권 자금 이탈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환율 상승이 우려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에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추가 이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상관관계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지 오래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환차손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주식·채권매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일시적인 반락에도 불구하고 추세적인 상승(원화값 하락)세를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내외 변수의 지속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향후 원화값이 1240~1270원까지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아직 외국인 채권 자금 이탈 우려가 남아있고, 대북 리스크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내 1270원까지 갈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됨에 따라 달러 자체의 상승 동력이 크지 않고, 유가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300원대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개입으로 일단 환율이 하락했지만 이미 1230원대의 저항선이 뚫리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도 추세적으로 완화된 모습은 아니고 채권 자금 유출, 대북 리스크 등으로 1240원선은 충분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외부요인보다 내부요인에 따른 '나홀로 상승' 성격이 강하다"며 "외환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서겠지만 환율이 1250원선으로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