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하위등급을 받은 서남대가 튼튼한 자금을 기반으로 구조 조정안을 제출해야 하지만 재정기여자인 명지병원 측은 주판알을 튕기며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구 재단 측이 내세운 예수병원 역시 녹록치 않은 재정상황 때문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어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리는 부분이 없을 정도다.

26일 서남대에 따르면 재정 기여자인 명지병원 측이 지난해 11월 말까지 약속한 25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 제출해야할 정상화계획서도 아직까지 책상위에 놓여있다. 

결국 서남대 본부 등 구성원들은 명지병원 측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정지해 줄 것을 임시이사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시이사회의 대답은 ‘침묵’이다.

이사회 측은 학교 측과 명지병원 측의 중간 입장에서 꺼낼 카드가 많지 않은 눈치다.

서남대는 지난해 8월 교육부로부터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하위 등급으로 분류됐다.

교육부는 이들 하위 등급으로 분류된 대학에 대한 후속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대학별 맞춤형컨설팅을 통해서다.

비리 등으로 부실한 학교는 직업교육훈련기관 등의 기능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학교는 내년 2월까지 자구계획서 제출과 이행 여부에 따라 2017년 정부 재정지원제한이 다시 허용될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

의대로의 정상화를 바라보고 있는 서남대 이사회 입장에서 보면 명지병원 측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정지에 이은 재정기여자 공모 절차를 재차 밟을 시간조차 없다.

게다가 서남대 정상 인수를 위해 설립자가 횡령한 교비 330억 원과 체불임금 70억 원을 내야 하지만 이를 낼만한 재정 기여자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명지병원은 상대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명지병원은 정상화 계획에 따라 지난해 60억 원을 서남대에 넣었지만 이후 진행해야 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안인 ‘맞춤형컨설팅’ 결과를 보고난 연후에 지원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에서 제시되는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다”라고 25억원 지원 중단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서남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컨설팅결과에 따라 보류된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는 철수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회생가능성이 있다면 (재정투입이)속도감 있게 진행되겠지만 없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모든 상황은 종결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구재단 측 재정기여자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구재단 관계자는 “우리 측 재정기여자인 예수병원도 재정상황이 좋질 않아서 교육부에 정상화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