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대표 주자를 키워내지 못한 설움이 각 계층에서 드러나고 있다. 

야권을 둘러싼 정치적 지형도의 새판 짜기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도내 안방에서 접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주도권을 이끌 인물이 없다는 자조가 커진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의원 간 통합이 전격 추진되면서 전북발 정계변화 욕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전북정치권 판을 키우는 변곡점이 예상되면서도 도내 정계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는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신당 등으로 향할 뿐 자주적 신당창당 주도권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눈치다.

전북 정치인이 재선 3선에 이를 때 마다 80~90%에 이르는 몰표를 받아왔음에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만 몰두한 채 지역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LH 이전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 대안으로 받아들일 국민연금공단 핵심부서인 기금운용본부 마저 놓칠 공산이 커지고 있지만 내부 분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도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야당의 들러리’, ‘호남의 변방’ 등이라는 자조적 목소리 뿐이다.

호남권 공공·행정기관의 광주 예속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행정, 공공기관의 광주 집중배치 등에 따른 예속화는 물론 정부의 호남 배려 시 그 과실은 광주전남으로 돌아가고 전북은 매번 소외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해주는 도내 정치적 ‘해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특정지역 인사가 편중되면서 전북 출신 인사가 보이질 않는 상황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장에 이석준(57, 부산)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내정하는 등 6개 부처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 전북 출신이 없다는 소식에 또 다시 깊은 침묵에 빠져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1·2기 내각에 중용된 장차관급 116명을 분석한 결과 전북 출신 장차관급은 진영 전 장관과 김관진 안보실장,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 이경옥 전 안행부 2차관 등 4명(3.4%)에 그쳤다.

반면 서울 출신이 32명(27.6%)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경남(19명), 대구·경북(20명), 광주·전남(13명) 등으로 집계됐다.

2기 개각 시 임명된 7개 부처 장관의 경우는 3명이 경북 출신이고 부산, 서울, 강원도, 전남 출신이 각각 내정돼 이번 3기처럼 전북의 자리는 없었다.

장차관 뿐만 아닌 국가 요직 전체를 둘러보면 지역 편중 인사가 너무 심각하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우선 국가 의전서열 5위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서울)를 뺀 전원이 영남 출신이다. 

4대 권력기관장으로 통칭되는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중 이병호 국정원장(서울)외엔 모두 특정지역 출신이다. 

게다가 황찬현 감사원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까지 합치면 힘센 권력기관장은 영남권이 갖고 있다.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다.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실시된 이후 임명된 19명 가운데 부산·경남(PK)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경북(TK) 4명, 전남과 서울이 각각 3명, 충남 1명으로 전북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대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탕평 인사 공약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도내 정치권 관계자는 “국가 고위직 인선은 국정운영의 조화로운 추진을 위한 행정적 기능도 중요하지만 낙후 지역민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주는 정서적 기능과 지역 안배적 기능도 중요하다”며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전북도민의 결집된 의사로 인물키우기를 비롯한 전북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