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농협이 기로에 서 있다. 

농협은 조합원들이 위탁해준 권한과 책임에 따라 조합을 운영하고, 조합원들에게 각종 금융 서비스는 물론 그들의 생업인 농업을 영위해 일정액의 수익과 편익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 단위농협은 주인인 조합원이 아니라 직원들의 조합이라는 비난을 종종 받기도 한다. 그래서 늘 개혁요구의 중심에 서 있다. 

단위농협이 방만한 경영과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

대의원들로부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전주농협은 조합원 6,000여명과 본점을 비롯한 지점 16개, 하나로 마트 등 사업장 20여개가 있는 도농복합형 대형단위농협이다.

하지만 119명의 대의원 중 75명으로 구성된 대의원협의회는 전주농협에 대한 구조개혁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해산절차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주농협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알고 보니 전주농협은 ‘신이 자식을 위해 숨겨놓은 직장’일 정도로 입이 떡 벌어진다.

실상을 들여다본다.

▲퇴직금누진제...30년 근무 후 ‘52년 6개월치’ 월급을 퇴직금으로?

‘퇴직금 누진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가산율을 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근무연수가 많을수록 퇴직금 가산율이 커져 장기근속 근로자에게는 경제적인 혜택이 크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A농협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근속연수가 길수록 퇴직금 지급률이 높아지는 제도 때문에 A농협 임직원은 30년 근무 후 퇴직 시 총 52년6개월치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액수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직원 10%가 1억 원 이상 연봉자?...‘신이 자식 위해 숨겨놓은 직장’

A농협 임직원은 총 230여명 선.

이들 중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임직원은 대략 20~30명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의 2014년도 평균연봉은 3,240만원이고, 대기업 정규직 평균연봉은 6,278만원이었다.

특히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근로자는 35만1,381명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전주농협은 10명 중 1명이 1억 원 이상의 고액연봉자인 셈이다.

▲25일 한도 연차를 60일 이상 ‘펑펑’, 휴가보상비만도 연간 2,000만 원 이상 받는 직원도...

대의원협의회는 전주농협 임직원에게 근로기준법의 연차 한도 준수를 요구했다.

근로기준법 상 연차 최대 지급일수는 25일이 한도로 규정돼 있다.

대의원협의회는 그런데도 “A농협 직원 중 일부는 이를 무시하고 60일 이상 무한대로 적용해 휴가보상비만도 2,000만원 정도를 받는 직원이 많다”면서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지적했다.

법을 뛰어넘은 연차 일수 때문에 연차 보상비 예산만도 20억원을 세웠던 것을 대의원들의 반발로 10억 원으로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상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구 급여체계’

10명중 1명이 연봉 1억원 이상, 2,000만원 가까이 연차 휴가 보상비 등과 같은 상식적이지 않은 임금행태가 지속되는 이유는 전주농협이 농협중앙회의 신급여체계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주 5일제 근무 실시로 노동법이 개정되면서 월차수당이 없어지고 연차휴가 일수도 최대 25일로 제한됐다.

하지만 단위농협 구급여 체계의 경우 연월차휴가 일수 제한이 없어, 30년차 근무 직원의 경우 연간 25일에 30일을 포함, 55일의 연월차휴가 혜택을 받는다.

이 직원이 휴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연월차 휴가수당으로만 약 1,400만원을 수령하며, 40년 근무한 직원의 경우에는 연간 약 1,800만원까지 수당을 챙길 수 있다.

더욱이 몇몇 단위농협의 '취업규칙 및 근무조건'을 보면 친족 입원시 인정휴가 등 예외 적용되는 휴가 일수가 상당한데도 이는 따로 계산된다.

이처럼 의무적으로 25일 중 15일 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신급여 체계의 휴가일수 및 수당과 비교하면 구급여 체계는 포기하기 싫은 또 하나의 ‘금수저’다.

신 급여체계는 각종 세분화된 수당 등을 1~2개로 통합해 연월차 수당 적용을 단순화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본급과 자격급, 직책급을 포함한 월급보다 중식비·업무활동 보조비·복지연금·시간외수당·연차수당·학자금·특별상여금 등 복잡한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전주농협은 전국 99% 농협이 시행하고 있는 이 같은 신 급여체계를 따르지 않고 옛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2급 상당 간부의 경우 기본급은 약 300만원을 밑돌지만 1년 연봉은 1억 원을 훌쩍 넘는 원인이다.

임인규 전주농협 조합장은 “대의원협의회가 지적하는 신 급여체계 미 이행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빠른 시일내에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