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터널에 갇혀 취업도, 결혼도, 육아도 포기한 젊은이들이 점술에 빠져들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한 해 운세를 점치는 철학관에는 불안한 미래에 운수를 보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일 오후 전주시 서신동의 한 철학관. 한 해 운세 문의가 빗발쳐 예약손님만 받은 이날 철학관 손님은 대부분 여성, 그중에서도 20대 젊은 여성들이 유독 많았다. 

복비 2만원에 철학관을 찾은 젊은이들은 불안한 미래에 진로를 찾을 수 없어 점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점집을 찾은 직장인 이모(27?여)씨는 지난해 여름 직장을 옮긴 후 1년도 안돼 다시 이직을 고려 중이다. 

이씨는“대학 졸업 후 벌써 세차례나 직장을 옮겼는데 급여도 적고, 이직한 회사 사정도 좋지 않아 미래도 불투명하다”며“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이 아닌 이상 또래 직장인들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수년째 졸업을 미루고 있다는 박모(28)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다 점집을 찾았다. 

박씨는“대학 동기들 중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1학년부터 토익공부와 스펙 쌓는데 집중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이제라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진로를 묻기 위해 친구들과 점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만성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점집도 진화하고 있다. 주역에 기반한 전통적인 명리철학관부터 사주카페, 타로카드 카페, 포털사이트의 운세 카페, 스마트폰 운세 어플리케이션까지 운세를 사고 파는 점술산업은 불황의 그늘에서 멀찍이 벗어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 점술데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한 달에 한번 꼴로 점집을 찾는 매니아층도 두터워지고 있다. 운세는 물론 개명, 관상 성형가지 점술산업의 폭도 넒어졌다. 

이같은 세태에 한 점술가는“불확실한 미래에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 중 작은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다 점집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사주팔자로 대표되는 명리학으로 풀어본 운세는 인생의 방향만 보여줄 뿐이고, 궁극적으로 운명은 개개인의 역량과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며“한 해 운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긍정적 의지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