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노송동‘얼굴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아무도 모르게 사랑의 선물을 놓고 갔다. 

얼굴없는 천사로 불리는 익명의 독지가는 지난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6년째 17차례에 걸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남몰래 아낌없는 선행을 이어왔다. 

세밑을 눈앞에 둔 30일 오전 9시 53분께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오전 40~50대 중장년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밑 숲 속에 돈을 놓고 가니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이제나 저제나 16년째 이어진 얼굴없는 천사의 소식을 기다리던 직원들은 곧바로 현장에 달려갔고,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종이상자 안에는 A4 용지에“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와 함께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이날 그가 놓고 간 돈은 5033만9810원에 달했다. 

전주시 노송동 주민들의 산타클로스로 사랑받는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는 2000년 4월‘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연말에 선행이 꾸준히 이어져 16년 동안 모두 4억 4764만1660원의 선물을 아무도 모르게 놓고 갔다. 

그의 아름다운 선행에 감동한 이들이 얼굴없는 천사의 행방을 알기 위해 연말이면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노숙을 감행할 정도 관심이 집중됐지만 전화를 걸어 돈을 놓고 간 장소를 알리는 방식으로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 아무도 몰래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도 어김없이 익명의 얼굴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을 지난해와 같이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없는 천사의 아름다운 선행을 기리는 뜻에서 노송동에 지난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다. 노송동 주민들도 매년 지속되는 천사의 뜻을 널리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천사(1004)의 날’로 지정하고 지역의 홀로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나눔과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김영재 기자